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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경쟁력 ‘쑥쑥’ … “불량률 낮추고 생산비 줄였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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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양의 생산팀 소속 이충구(왼쪽줄 첫째) 과장과 박종만 팀장(왼쪽줄 둘째)이 팀원들과 함께 대전 생산공장의 원액배합기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임민수 프리랜서]

직원의 경쟁력이 기업의 경쟁력이다. 하지만 ‘어떻게?’라는 질문엔 대답이 쉽지 않다. 하지만 등식을 거꾸로 계산하면 답이 보인다. 직원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면 된다. 그 중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하나가 직무능력 향상 교육과정이다.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와 지식을 객관적 관점에서 돌아보고 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생각의 전환점을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

박정식 기자

배운 내용 토대로 동료와 의견 교환

정건수(33·잉크테크社)씨는 동료들과 합심해 불량 요인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결과 불량률을 40%나 줄였다. 제품을 만드는 3개 사업장별·직원별로 파악된 불량 정보와 원인을 모든 직원들이 알 수 있도록 현황판을 만든 결과다.

그가 일하는 곳은 대형 실사 그림을 출력하는 산업용 UV프린터를 제작하는 기업이다. 이 곳에서 자재 구매부터 제품 출하까지 제작공정 전반을 관리한다. 예전엔 불량 발생 정보를 사업장별 혹은 개인별로 갖고 있거나 옆 동료에게 아름아름 전수하는 정도였다. 이 때문에 불량 재발이 끊이질 않았다.

그가 동료들과 개선할 수 있었던 계기는 지난해 한국생산성본부의 ‘액션 러닝 강소기업 품질 관리 엑스퍼트 양성’ 강좌를 듣고 나서부터다. 다른 기업들의 우수 개선 사례를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어 장비진도 현황판, 불량요인 현황판, 아이디어 현황판 등을 만들어 제작공정 컴퓨터에 장착했다. 직원들은 각자의 경험과 정보를 현황판에 기록했다. 그 결과 직원들은 3개의 사업장에 흩어져 일을 해도 언제 어디서든 컴퓨터에 접속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생산에 적용할 수 있게 됐다.

“자재 운반·관리에서부터 품질 관리까지 단계별로 동료들과 의견을 나누며 브레인 스토밍을 한 거죠. 동료들 간 제작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한 결과 생산 효율성은 물론 품질 수준도 높일 수 있었습니다.”

비용 절감해 무료 문화사업 진행도

올해로 입사 27년째인 이충구(51·선양社)씨도 동료들과 합심해 손실률을 줄여 나갔다. 생산팀 환경과장인 그는 대전시 장태산 자락에 위치한 소주 생산 현장에서 폐수·방재 시설, 설비 부품 등을 관리한다. 무심코 지나치던 부분들을 찾아내 예측되는 손실을 제 때 조치하는 업무태도로 바꿨다. 그 결과 설비와 생산기기의 모터를 제 때 교환해 전선 과부하와 소모를 막아 많게는 개당 80만원에 이르는 모터 구입비를 아낄 수 있었다. 그런 노력으로 회사 모범사원상과 대전상공회의소 표창도 받았다. 이 같은 능력 발휘의 원동력으로 그는 “온·오프라인을 오가며 다양한 핵심직무능력향상 교육을 꾸준히 받았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최근엔 동료들과 힘을 모아 병의 종이 라벨을 폐지로 처리하는 비용도 줄였다. 공병을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떼어낸 라벨을 예전엔 소각장에 보냈다. 그 비용이 트럭 1대 분량당 380만원이 들었다. 한 해 20여대 분량, 비용으론 4000만~5000만원이 소요됐다. 재활용 종이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적용하면서부터 처리비를 연 7대 분량, 2000여 만원까지 줄였다. 지난 5월 수강한 한국표준협회의 ‘중소기업 설비 개선 마스터 양성’ 강좌가 아이디어의 원천이 됐다.

선양은 이렇게 절감한 비용을 시민을 위한 무료 문화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계족산에 황톳길을 만들어 맨발 마라톤과 숲 속 음악회를 열어 에코 힐링(eco-healing. 자연에서 심신을 치유한다는 뜻.) 캠페인을 벌이고, 지역의 숨은 예술 인재를 발굴한다. 선양은 이를 CSV(Creating Shared Value. 지역민·협력업체와 함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로 이름 짓고 경영철학으로 삼아 다양한 공익사업을 벌이고 있다.

 선양의 기획조정실 김현우(35)씨도 지난해 직무능력향상 교육을 받은 뒤 맡고 있는 인사·교육 업무를 새롭게 개편할 계획을 세웠다. 강사의 일방적인 강연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올해는 체험 교육으로 바꿀 계획이다. 직원들이 자아를 돌아보고 변화시키는 명상 강좌를 살펴보고 있다. 워크숍 땐 부서 구분 없이 함께 팀을 이뤄 화합을 도모하는 체험 프로그램도 구상 중이다. 김씨는 “직무능력향상 교육이 처리에만 급급했던 나의 업무를 동료와 회사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로 범위를 확대해 생각하는 시간과 영감을 줬다”고 말했다. “새로운 인사·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동료의 업무능력 향상에 활력소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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