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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능력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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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전광판 뉴스 12일 오후 북한 평양시민들이 기차역 앞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북한의 3차 핵실험 성공 뉴스를 보고 있다. [평양 AP=뉴시스]

북한이 12일 감행한 3차 핵실험은 이전 두 차례에 비해 강도가 높아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핵무기 보유 직전 단계에 접어든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통상 ▶기폭장치(핵물질이 1000분의 1초 만에 핵반응을 일으키도록 충격을 가하는 것)와 같은 핵기술 ▶장거리 탄도미사일 능력 ▶미사일에 탑재할 핵물질의 소형화·경량화 ▶대기권 재진입 능력 등 네 가지가 충족돼야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는다.

 북한은 1980년대 후반부터 100차례가 넘는 기폭장치 실험을 통해 핵기술은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12일 발사한 장거리 로켓 은하 3호를 미사일로 사용할 경우 사정거리가 1만5000㎞로 미국 본토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운반수단도 확보한 것이다. 핵물질 소형화에 성공하고 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할 경우 핵무기 보유국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은하 3호가 대기권을 벗어나는 데는 성공했지만 재진입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또한 3차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핵물질 소형화 능력은 입증되지 않았다. 플루토늄이나 고농축 우라늄(HEU) 등 핵물질을 미사일에 실을 만큼 소형화해야 하는데 아직 완성단계는 아니라는 게 정보당국의 분석이다. 북한은 소형화·경량화(1t 이하) 원자탄 개발에 성공했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국정원은 이를 과장 광고로 판단하고 있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이 아직 소형화·경량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민주통합당 국회 정보위 간사인 정청래 의원이 전했다. 정 의원은 또 “북한은 세 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 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수준인 것으로 국정원은 파악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핵실험 직후 관측된 지진파 규모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분석 결과 인공지진 규모는 4.9로 추정됐다”며 “이를 핵무기 위력으로 환산할 경우 6~7 kt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는 2006년 1차 핵실험 당시 인공지진 규모 3.9, 2009년 2차 핵실험 당시 4.5에 비해 강해진 것이지만 소형화 성공으로 분류되는 10kt 수준에 못 미친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히로시마에 투하된 것은 16kt, 나가사키에 투하된 것은 22kt이다.

 반면 북한은 핵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은 이날 예고에 없던 방송을 통해 “북부 지하 핵실험장에서 3차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며 “이전과 달리 폭발력이 크면서도 소형화·경량화된 원자탄을 사용해 높은 수준에서 안전하고 완벽하게 진행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자탄의 작용특성들과 폭발위력이 설계값과 일치함으로써 ‘다종화(多種化)’된 핵억제력의 우수한 성능이 과시됐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이전과 달리 고농축 우라늄 을 사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고농축 우라늄을 재료로 하면 플루토늄을 원료로 한 것보다 훨씬 소형으로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

 이런 북한의 주장이 과장 광고인지 아닌지는 조금 더 기다려봐야 할 듯하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핵실험에 플루토늄을 사용했는지, 고농축 우라늄을 사용했는지 아직은 알 수 없다”며 “핵실험 장소에서 새어 나오는 제논과 크립톤 등 방사능 물질을 포집해 분석할 때까지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모두 6대의 방사능 탐지 장비를 가동하며 핵물질이 대기 중에 퍼져 소멸되는 2~3일 내에 포집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익명을 원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장거리 로켓이 우주로 나갔다가 대기권으로 다시 들어오는 재진입 기술과 12일의 핵실험 결과를 조금만 보완하면 핵무기로 사용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 추가 핵실험 가능성=김관진 국방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할 가능성에 대해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국정원도 향후 북한이 ▶추가 핵실험 ▶ICBM 발사 ▶핵탄두 실전 배치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 외무성도 “오늘 핵실험은 1차 조치이며 2, 3차 (핵실험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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