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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38의 정석에 얽힌 사연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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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제3보(34~42)=38로 젖히는 변화는 제2회 응씨배 결승전 때 서봉수 9단이 오타케 9단에게 썼던 그 정석이군요. 2승2패로 맞이한 최종국에서 지금의 변화를 썼지요. 38은 은근히 실리적이어서 프로들이 선호하는 편입니다.

흑의 입장에선 먼저 37을 기억해야 합니다. 단수를 먼저 치면 안 됩니다. 돌아가신 시인 박재삼 선생은 바둑과도 인연이 깊은 분인데요, 그분이 ‘보리선수’란 말을 만드셨지요. 보리바둑이란 말에서 차용한 것인데, 언제나 선수할 수 있는 곳을 쓸데없이 남용하면 ‘보리선수’가 되는 겁니다. 37 이후는 꽤 복잡한데요, 주된 변화를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참고도1’ 백1로 받는 것은 흑2 빠졌을 때 백의 자세가 영 엉거주춤해서 안 됩니다. 소위 ‘자세가 나오지 않는’ 형태라서 프로들은 여간 궁하지 않고서는 이렇게 두는 법이 없습니다. 따라서 앞서 언급했듯이 백은 38로 한 점 잡아 귀를 차지한 다음 흑을 중앙으로 내모는 것이 최선이라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흑엔 저항 수단이 없을까요? 있습니다. 그게 ‘참고도2’ 흑1로 되젖히는 수인데요, 일단 축이 좋아야 하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되시겠지요. 백2로 이어 9까지 된다면 흑도 꽤 만족입니다만 수순 중 백6으로는 ‘참고도3’ 백1로 잡는 수가 있습니다. 이것도 정석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좌우에 백의 지원군이 많아 5의 강수가 성립할 것 같군요. 그건 흑의 파탄이지요.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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