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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층간소음 해결할 방법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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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 소장
공학박사

최근 층간소음 문제로 살인, 방화까지 일어났다. 이미 층간소음을 사회적 문제로 경험한 선진국들은 거주자들의 공동체 의식 강화에 주안점을 둔 민법을 강화하여 주민 갈등을 해소하고 있다.

 미국은 아파트에서 소음을 일으키면 관리사무소에서 3회 이상 경고하고 또 어기면 자가 주택인 경우에도 예외 없이 강제 퇴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독일은 연방질서위반법(제11조 1항)에 따라 공공이나 이웃을 괴롭히거나 타인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소음 배출은 위법이라 정하고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약 630만원까지)를 부과한다. 이와 별도로 공해방지법(제11조, 14조)은 타인의 안면을 방해하는 일은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금지하고, 소음을 일으키는 가사 및 정원일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8~12시, 오후 3~6시에만 해야 한다.

 영국의 경우 2003년 반사회적행동법과 2005년 청정 이웃 및 환경법을 개정하여 주거지 야간 소음을 지방당국자들이 규제할 수 있도록 하였다. 소음 피해자에게서 피해 신고가 접수되면 현장 확인 후 당국자 재량에 따라 소음 유발자에게 1차 시정경고를 할 수 있고, 이때 기본적으로 100 파운드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당국자는 1차 경고를 당한 후에도 소음 방지를 하지 않을 경우에는 소음 측정을 실시해 기준을 초과하면 1000파운드 이내에서 범칙금을 부과한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 층간소음 문제가 법적 해결 및 피해 보상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에는 실생활에서 발생하는 층간소음을 규제할 어떠한 법적 기준도 없기 때문이다. 국내 소음·진동을 관리하는 소음진동관리법에는 교통 소음, 사업장 소음, 항공기 소음 등 대부분의 소음에 대한 규제 기준이 존재한다. 하지만 층간소음은 그렇지 않다. 단지 환경분쟁조정제도상의 피해배상 기준(주간 55dB, 야간 45dB)이 있는데, 그 기준이 너무 높아 실제 배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현행 경범죄처벌법은 ‘악기, 라디오, 텔레비전, 전축, 종, 확성기, 전동기 등의 소리를 지나치게 크게 내거나 큰소리로 떠들거나 노래를 불러 이웃을 시끄럽게 한 자’에 대해 10만원 이하의 범칙금에 처하도록 한다. 하지만 이를 층간소음에 적용하기에는 고의성이 입증되어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법적인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에 층간소음으로 인해 고통받는 세대가 소음 유발자인 이웃을 상대로 분쟁조정이나 법적 소송을 제기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우리의 공동주택은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바로 옆집이나 앞집 등에 어떤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지 모르고 살아가는 공간으로 변했다. 층간소음 문제는 이웃 간의 원활한 대화를 통해 쉽게 풀리는 경우가 많은데, 대화의 통로가 닫혔기 때문에 층간소음이 쉽게 해결되지 않고 민원만 증가한다. 층간소음으로 인해 내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지만 가해자도 될 수 있다는 데 주안점을 두고 그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 나가야 한다.

 정부는 층간소음 예방을 위한 지속적인 민원 서비스와 더불어 대국민 홍보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층간소음의 원인을 보다 정밀하게 분석하고 이웃 간의 대화와 협조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해결 모델을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또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층간소음으로 서로 다투기보다는 먼저 이해하려고 하는 공동체 의식에 대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 정부와 공동주택 입주민 간의 상호 노력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때 비로소 심각한 사회 문제인 층간소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차 상 곤 주거문화 개선연구소 소장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