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원대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기소된 ‘선박왕’ 권혁(63·사진) 시도상선 회장이 법정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 정선재)는 12일 2200여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등)로 불구속 기소된 권 회장에게 징역 4년과 벌금 2340억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권 회장은 국내에 거주하며 선박회사를 운영하고도 일본·홍콩 등 조세피난처에 거주하는 것처럼 위장해 종합소득세 등을 탈루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권 회장이 운영하는 회사 법인에 대해서도 벌금 265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역외 탈세 범죄를 저질러 성실한 납세자에게 박탈감을 안겨 줬고 포탈 세액이 커 죄가 무겁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권 회장은 국내 거주 사실을 감추기 위해 자신과 가족 명의로 보유한 국내 자산을 해외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로 이전하고 대표이사에서 형식상 사임한 채 경영을 계속하는 방법으로 소득을 은닉했다”며 “페이퍼컴퍼니가 실질적으로 사업하는 것처럼 위장해 과세 당국의 추적을 곤란하게 한 점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그동안 “주로 일본에서 생활했고 사업 중심지도 일본에 있어 세금을 납부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재판부는 다만 현대중공업·STX조선해양 등 조선사에 비용을 부풀려 지급한 뒤 일부를 돌려받는 방식으로 회사 돈 854억원을 횡령하고, 손해보험사와 보험 계약을 맺으며 6억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했다. 권 회장은 대형선박 160여 척을 소유해 국제 해운업계에서 ‘한국의 오나시스(그리스 출신 선박왕)’로 불린다.
김기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