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반려견 문화 이끄는 사람, 알고보니 치과의사?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2013.02.06 07:48

‘치과 의사’, ‘동물보조치료협회 대표’, ‘애견훈련센터 운영자’, ‘카페 주인’...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한 사람이 살아가는 다양한 삶의 모습이란 점이다. 환자와 의사, 원장과 직원, 사람과 반려견 그 사이에서 통념을 깨뜨리고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미소를 만드는 치과’의 박창진 원장을 만났다. 이제부터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진 김수정 기자]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물의 유대관계에 관심이 많은 박창진 원장(미소를 만드는 치과)을 소개하려면 홍대 뒷골목에 위치한 그의 치과 건물을 먼저 들여다 봐야 한다. 과거 7년 정도 인테리어 법인을 운영한 적 있는 치과의사 박창진 원장은 그가 만들어가는 다양한 삶을 하나의 건물에 형상화시켰다. 탁 트인 앞마당을 지나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벽난로가 활활 타오르고 그 옆에는 장작이 한아름 쌓여있다. 윙-소리를 내며 긴장시키게 만드는 치과 대기실이 이곳에서는 타닥타닥 장작 타오르는 소리로 변한다.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커피향을 따라 시선을 옮기면 카페가 보인다. 바로 윗층에 있는 카페에서는 인공감미료와 합성착색제를 전혀 쓰지 않은 건강음료가 주 메뉴다. 치과의사다운 발상이다.

다시 건물 안쪽을 찬찬히 살피다 숨어있는 공간을 발견했다. 그의 또 다른 삶인 동물보조치료 연구회 모임의 세미나실이다. 이곳은 애견훈련센터 모임의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박창진 원장은 사람과 동물의 올바른 유대관계를 생각하는 모임인 한국 HAB협회(KOREAN SOCIETY OF HUMAN ANIMAL BOND) 대표다. 클리커트레이닝(애견훈련센터)도 함께하고 있다. 그는 HAB 협회를 운영하며 주기적으로 자원봉사를 나간다. 장애인시설과 보육원, 노인시설을 찾아가 동물을 보조로 한 테라피로 마음을 다독인다.

“제일 간단한 건 개나 고양이를 안고 쓰다듬을 때 마음이 풀린다거나 집에 개가 있으면 혈압과 심박동이 안정화 되는 현상이예요. 보육원이나 장애우들이 있는 곳에 훈련 된 동물을 데리고 가서 치료 프로그램을 가동합니다. 심리적, 신체적인 면을 동물들이 도와주는 과정이예요”

사료를 집어 강아지에게 먹이는 단순한 과정도 어떤 이들에게는 신체 재활 치료의 과정이자 마음에 평안함을 주는 심리치료가 된다. 하지 근육을 운동시키는데 개가 함께 걷는다면 더 신나는 재활 과정이 되는 셈이다. 협회에 재활의학과 의사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없어 논문까지 나오지는 못했지만 뜻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언젠가는 참여하지 않겠느냐며 웃는다.

훈련센터에서는 개를 이해하고 가르치는 방법을 견주에게 교육한다. 결과만을 보여주는 애견 훈련소가 아니라 개와 교감하고 교육하는 방법을 보호자가 직접 배우는 곳이다. 개의 행동학적 특성을 이해하고 개와 사람 간 신뢰와 존중을 기본으로 하는 유대관계를 교육한다. 책임감 있는 견주와 올바른 애견문화를 조성하는 데 일조하고싶다는 의지다.

그가 운영하는 3층 카페 ‘이누’는 자연스레 반려견이 출입할 수 있는 곳이 됐다. 애견카페와는 의미가 다르다. 함께 온 개는 바닥이나 의자에 앉아 있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규율은 엄격하다. 목줄을 묶어야 하고 배변은 밖에다 봐야 한다. 사람과 반려견이 어울려 공존할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들어 가는게 카페의 주 컨셉 중 하나다.

동물과 사람과의 유대관계에 특별히 관심을 가진계기가 무엇이느냐는 물음에 그는 “인간적 성향”이라고 짧게 답한다. 거창한 이유는 없다. ‘좋아서’ 하는 일이다. TV에서는 동물행동심리 전문가로 꽤 알려져있는 박 원장이다. 유명 동물 프로그램에서 종종 자문역할로 출연한다.

그의 하루시계는 바쁘게 돌아간다. 아침잠이 많아 출근은 10시 30분이다. 화요일 저녁은 동물협회 세미나, 수요일 저녁에는 치과의사를 대상으로 한 교정세미나가 있다. 목요일에는 연장진료를, 토요일에는 오전 진료 후 오후에 개 훈련센터 프로그램을 연다. 일요일에는 야외에서 동물보조치료와 관련한 활동을 한다. 집에 돌아와서는 두 아이의 계획표를 체크해주는 아빠의 역할도 잊지 않는다. 일주일이 빼곡하지만 그의 표정은 여유롭다.

“사진 공부도 하고 동영상 편집도 하고있어요. 치과에서 환자에게 설명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도 개발 중이고요. 앞으로는 사이버대학 상담심리 학사과정에 입학 할 생각이예요.”

진료실 밖에서 활동하는 일이 많다고 환자 보는 게 소홀할 거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거창한 광고 한번 내지 않아도 그의 치과는 늘 북적인다. 미소치과는 그 흔한 ‘배상보험’ 하나 들지 않았다. 개원 이후 병원 내에서 환자와 얼굴 붉히는 일이 단 한번도 없었단다. 그는 “대부분의 의료소송이 환자와 의사 간 충분한 소통이 되지 않아 생기는 문제다. 충분히 상담하고 대화하면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입소문과 지인 추천으로 단골 환자와 소개받아 오는 환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의사와 환자, 사람과 사람, 동물과 사람이 서로 존중하며 만들어가는 문화는 큰 틀에서 보니 같은 말이다.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박창진 원장, 뭔가 있을것만 같은 홍대 뒷골목에는 ‘전직 인테리어 회사 대표, 스마트 어플리케이션 회사 사장, 카페 주인장, 동물보조치료협회 대표, 애견훈련센터장, 교정 전문 치과의사’인 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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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영 기자 tia@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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