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눈밭 위에서도, 콘서트홀에서도 8일 내내 울려퍼진 ‘투게더 위 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굿바이, 평창 5일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 스노슈잉 경기의 마지막 시상식을 마친 리투아니아 선수가 자원봉사자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평창=김성룡 기자]

2013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이 5일 폐막했다. ‘지적장애인들의 올림픽’ 대회에서 선수들은 알파인스키·플로어하키 등 8개 종목에 도전했다.

 대회가 치러진 평창과 강릉 일대는 지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벽을 허물고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이었다. 이들은 손을 맞잡고 눈밭을 함께 달렸으며, 무대에선 장애를 뛰어넘는 공연도 펼쳤다. 이번 대회 공식 슬로건인 ‘함께라면 할 수 있다(together we can)’는 표어가 현실이 되었다.

 ◆경기장에서 이뤄진 공존=평창 스페셜올림픽은 지적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경기를 통해 공존 가능성을 보여줬다. 유명 스타들과 지적장애인 선수들이 함께하는 통합 스포츠체험 행사가 대표적이다.

 중국 농구스타 야오밍(33)과 영화배우 장쯔이(34), 마라토너 이봉주(43) 등은 지난달 30일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경기장에서 장애인 선수들과 조를 이뤄 스노슈잉 400m 계주에 참가했다. 이봉주씨는 “어려움을 극복해 목표를 이루는 건 스페셜올림픽과 비장애인 올림픽이 마찬가지”라며 “같이 뛴 선수들이 몸이 불편한데도 도전하는 모습에서 배울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지난 2일 강릉 실내빙상장에서도 김동성(33), 전이경(37), 안톤 오노(31·미국) 등 쇼트트랙 스타들이 지적장애인들과 계주 경기를 펼쳤다. 이 밖에도 이번 대회에선 스페셜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겨울 스포츠를 경험하지 못한 저개발 국가 지적장애인을 초청하는 ‘스페셜 핸즈 프로젝트’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태국·캄보디아·파푸아뉴기니·파키스탄 등 7개국 지적장애인 14명이 선수로 참가했다.

 ◆자원봉사로 보여준 가능성=이번 대회에 참가한 자원봉사자는 2600여 명이다. 여기엔 전국에서 모인 111명의 지적장애인도 포함됐다. 평창 알펜시아에서 수송 안내를 맡은 지적장애인 자원봉사자 양주명(23)씨는 셔틀버스 노선을 머릿속에 꿰고 있었다. 4일 기자가 길 안내를 부탁하자 양씨는 능숙하게 길을 안내했다. 같이 있던 비장애인 봉사자가 안내서를 보며 쩔쩔매는 모습과는 상반됐다.

 양씨는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과 비슷한 장애를 갖고 있어 공유할 수 있는 것이 많다”며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건 큰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안내형 조직위 대회지원본부장은 “도움만 받던 이들이 직접 봉사활동에 참여해 지적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문화로 뛰어넘은 장애=평창의 밤은 지적장애인 예술가들의 공연으로도 수놓아졌다. 다운증후군 발레리나 백지윤(22)씨는 지난달 30일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지젤’을 연기해 박수를 받았다. 31일엔 한국의 ‘안드레아 보첼리’로 불리는 시각장애인 테너 안종묵(33)씨가 국립합창단과 함께 오페라 무대를 선보였다.

 출전 선수들도 직접 참여했다. 스노슈잉에 출전한 양우진(17)군은 자신이 그린 그림을 알펜시아 컨벤션홀에 전시했다. 플로어하키 선수 권이삭(16)군 등 지적장애인 선수 3명은 3일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열린 ‘위대한 탄생’ 오디션에서 노래실력을 뽐냈다.

글=이승호·김민규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