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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에서 8일, 모두가 히어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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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마지막까지 최선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이 5일 막을 내렸다. 지난달 29일 개막해 강원도 평창과 강릉 일대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는 111개국 1만1000여 명의 선수 및 관계자가 참가했다. 5일 스노슈잉 400m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달리고 있다. [평창=김성룡 기자]

김연아(23·고려대)가 미셸 콴(33·미국)과 함께 무대에 섰다. 두 사람은 2010년 10월 미국 LA에서 열린 아이스쇼에서 만난 이후 2년6개월 만에 다시 힘을 합쳤다. 이번 무대는 더 특별했다. 5일 강원도 평창 용평돔에서 열린 지적장애인들의 축제 2013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 폐막식에서 함께 빙판 위에 선 것이다. 검은 드레스의 김연아와 하얀 드레스를 입은 콴은 미국의 팝 가수 머라이어 캐리의 ‘히어로(Hero·영웅)’에 맞춰 빙판을 수놓았다.

 이 곡은 김연아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김연아는 “2010년 아이스쇼 때는 콴이 나의 영웅이었다. 그래서 히어로를 함께 연기했다. 이번 폐막식의 ‘히어로’는 대회에 참가했던 모든 지적장애인이다. 그들에게 바치는 공연”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오전부터 평창으로 건너와 지적장애인과 함께 훈련한 김연아는 “이번 대회는 참가한 모두가 승자다. 내가 더 많은 것을 배웠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콴과 김연아의 아이스쇼 이후 ‘지적장애인 18명이 무대에 등장했다. 그리고 흰색 후드티를 입은 김연아는 콴과 함께 ‘강남스타일’ 춤을 추면서 폐막식장의 분위기를 띄웠다. 용평돔에 모인 관중도 함께 일어나 춤추며 8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했다. 공연에 참가한 캐나다의 지적장애인 제시카 영(20)은 “김연아와 콴은 나의 영웅이다. 그들과 함께 공연해 영광이다”라며 울먹였다.

5일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 폐막식에서 지적장애인 8명으로 구성된 ‘소리샘 벨콰이어’가 핸드벨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평창=김성룡 기자]

 흥겹게 끝났지만 폐막식의 시작은 엄숙했다. 개리스 데렉 코윈(25)의 죽음을 애도하는 추모사로 문을 연 것이다. 맨섬(Isle of Man)에서 온 코윈은 지난달 30일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맨섬 대표팀 동료 로렌스 다이어(45)는 “코윈은 좋은 친구였다. 그는 스페셜올림픽을 사랑했다”며 “함께 일어나 묵념해 달라”고 말했다. 순간 폐막식장은 숙연해졌다. 맨섬 대표팀은 대회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경기를 치러 감동을 선사했다.

 이어 선수와 가족, 자원봉사자 대표들은 대회 기간 느꼈던 감동의 순간을 돌아보는 ‘릴레이 스피치’를 벌였다. 어머니 대표로 나온 박중세(51)씨는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아들 우정령(21)을 항상 돌보며 그가 한없이 약한 존재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통해 아들도 누군가를 품어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한 것을 발견했다”고 말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대회 기간 내내 타올랐던 성화는 지적장애인 기타리스트 김지희(19)씨의 기타 연주와 함께 꺼졌다.

글=김민규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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