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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TEDchina(3)뽀로로, 중국 친구들과 인사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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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적 있지만, TED는 ‘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의 약자다. 기술, 엔터테인먼트(오락), 디자인 등은 중국 시장공략을 위한 우리의 무기다. 중국 비즈니스 성공의 3대 요소가 바로 ‘TED’라는 얘기다. 오늘 그 중 ‘Entertainment’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주말, 아내를 흔들어 깨워 극장에 갔다. 국민 캐릭터 ‘뽀로로’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슈퍼 썰매 대 모험’이라는 제목이 붙은 어린이 만화 영화다. 어린 아이가 보는 영화를 왜? 아내는 귀찮다는 반응이다. 대학 다니는 아들 녀석들을 데려갈 것도 아니고…. 내가 보고자 한 것은 다른 곳에 있었다. ‘중국과 합작으로 만든 영화’라기에 관심이 간 것이다. 역시 영화 출발부터가 달랐다. 영화 소개 문구가 올라오는 중국어가 은막에 흐르기도 했다.

‘뽀로로’ 제작사인 오콘(OCON)의 김일호 대표. 뽀로로 신화의 주역이다. 디즈니가 거액을 제시하며 뽀로로를 팔라고 했을 때 '택도 없는 소리'라며 일언지하 거절했던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번 개봉된 ‘슈퍼 썰매 대모험’에도 그의 감각이 투영됐다. 회사 근처 오리불고기집에서 만난 그는 ‘뽀로로’의 중국 진출 과정을 이렇게 설명한다.

“3년 전부터 기획했던 영화다. 뽀로로 나이 이제 10년, 해외로 눈을 돌릴 때가 됐다. 중국은 그 첫 대상이었다. 마침 문화관광체육부에서도 한-중 문화산업 협력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었기에, 함께 뽀로로를 중국 시장으로 보내기로 했다. 이번 영화는 시작부터 중국을 겨냥한 상품이었던 것이다.”

캐릭터의 힘은 강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캐릭터업체인 ACG그룹이 제작비의 30%인 22억 원을 투자했고, 중국 최대 영화 배급업체인 차이나 필름이 마케팅에 참여했다. 내 제품, 내 서비스의 경쟁력만 있다면 중국 진출 기회는 열려있기 마련이다.

“국내 수입은 모두 오콘이 갖고, 중국 수입은 10%만 받기로 했다. 중국에서 대박이 난다면 우리나라 매출액보다 많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관심은 영화 그 너머에 있다. 영화가 흥행한다면 자연스럽게 라이센스 비즈니스가 생기게 된다. ‘뽀로로 파크’등을 만들어 직접 중국 캐릭터 시장에 진출할 수도 있다. 미키마우스가 한 일을 뽀로로가 못할 리 없지 않는가?”

일단 많이 보게 하고, 중국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퍼트리는 게 우선이라는 얘기다. 라이센스 비즈니스는 무궁하다. 품목별로 수 백, 수 천 개로 확대될 수 있다. 이미 의류 등에서 문의가 오고 있단다. 오콘은 이미 중국 장쑤성 장인(江陰)에서 또 다른 문화캐릭터인 '디보'를 활용한 '디보파크'를 가동하고 있다.

그렇다고 하루 아침에 떼 돈을 벌 것으로 기대는 말자. 뽀로로의 박스오피스 매출액은 같은 날 개봉된 중국 캐릭터 영화인 ‘시양양(喜羊羊)’시리즈에 비하면 크게 뒤지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주저앉을 일은 아니다. 시양양은 수 년 동안 중국 어린이들이 TV 등을 통해 익숙했던 캐릭터다. 그에 비하면 뽀로로는 이제 처음 인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작품성으로 치자면 뽀로로는 시양양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탄탄하다. 중국 투자자금을 끌어들이고, 최고의 배급사를 잡았다는 것만으로도 성공적인 출발이라고 박수쳐줄 만하다.

"한국 캐릭터가 중국시장을 노크한 게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이제 시작이다. 서두를 이유도 없다. 우리 문화상품 뽀로로의 힘을 믿는다. 중국 소비자와 친해지는 그날까지 뽀로로는 진화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중국'이라는 요소가 뽀로로 비즈니스 영역에 깊숙이 들어왔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기획 단계에서 중국 소비자를 감안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어디 뽀로로뿐이겠는가? 모든 제품, 모든 서비스가 다 그렇다. 그 중에서도 우리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한류 문화상품은 중국 소비자를 더 감안해야 한다.

'不?慢 只?停!'
뽀로로야 달려라!

Woody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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