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극우단체 방해에도 뉴욕 상원, 위안부 결의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뉴욕주 상원에 발의한 토니 아벨라 상원의원이 29일(현지시간) 만장일치로 결의안 채택 후 한국?일본 언론 등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올버니=정경민 특파원]

“뉴욕주 상·하원 의원 상당수가 일본 극우단체로부터 추잡한 e-메일 공격을 당했습니다. 위안부 문제를 잘 몰랐던 의원들조차 그 메일을 보곤 돌아섰습니다.”

 29일(현지시간) 뉴욕주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304호’를 발의한 토니 아벨라 의원의 말이다. 애초 그는 ‘외교 문제는 건드리지 않는다’는 뉴욕주 의회 규정 때문에 결의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걱정했다. 그러나 일본 극우단체의 수준 이하 방해공작이 도리어 역효과를 냈다. 지난 16일 상정한 결의안이 2주 만에 반대토론조차 없이 일사천리로 채택된 것이다.

 뉴욕주 상·하원이 위안부 결의안을 상정하자 의원들에겐 수백 통의 e-메일이 쇄도했다. ‘한인 여성을 일본군 성노예로 착취했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란 내용이었다. ‘e-메일 테러’는 ‘나데시코 액션’(なでしこアクション·http://sakura.a.la9.jp/japan)이란 일본 극우단체가 사주했다. 실제 뉴욕주 의원들에게 전달된 e-메일 대다수가 이 단체 홈페이지에 제시된 ‘모범답안’을 베낀 것이었다.

 뉴욕주뿐이 아니다. 지난해 11월엔 뉴저지주 지역신문인 ‘스타레저’에 위안부의 존재를 부정하는 광고가 게재됐다. 극우파 저널리스트 사쿠라이 요시코와 일본 자민당과 민주당, 무소속 의원 39명이 주도한 것이었다. 이 광고는 ‘허가를 받고 매춘행위를 한 위안부는 일본군 장교보다 수입이 많았다’는 망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지난해 10월엔 일본 극우단체가 뉴저지주 팰리세이즈파크시 위안부 기림비와 뉴욕 주재 한국총영사관 현판에 ‘다케시마는 일본땅’이란 말뚝과 스티커를 붙이는 테러를 자행했다. 더욱이 이 테러는 서울 위안부 소녀상과 일본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의 윤봉길 의사 순국기념비에 말뚝 테러를 했던 단체가 “자신들의 소행”이라며 자랑하기도 했다.

 위안부의 진실을 알리려는 한인단체의 노력도 뉴욕주 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특히 독일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고발하기 위해 세운 뉴욕 홀로코스트센터가 위안부 진상을 알리는 데 앞장선 게 미국 주류사회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12월 한인유권자 권리운동을 벌여온 ‘시민참여센터(KACE)’ 주도로 이뤄진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 생존자와 위안부 할머니의 만남 행사엔 뉴욕·뉴저지주 정치인이 대거 참석했다. 뉴욕주 롱아일랜드에 미국 두 번째 위안부 기림비를 세운 한·미공공정책위원회(KAPAC)는 이번 뉴욕주 상원 결의안 채택을 이끌어내는 데 산파역을 했다.

 뉴욕주 상원에 이어 2007년 위안부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는 연방하원도 규탄 수위를 높인 새 결의안 채택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벨라 의원은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와 유럽에서 20만 명의 어린 소녀가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간 건 20세기 최악의 여성 인신매매였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어떤 이유로도 여성 인신매매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과는커녕 추잡한 방해공작으로 역사를 왜곡하려는 시도는 결국 역효과만 낼 뿐”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뉴욕중앙일보 강이종행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