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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김용준 후보자 낙마에서 배워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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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결국 지명된 지 5일 만에 사퇴했다. 김 후보자는 어제 저녁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을 통해 “부덕의 소치로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치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도 누를 끼쳐 사퇴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의 낙마는 총리 후보자로선 네 번째다. DJ 정부 때 장상·장대환, 이명박 정부에서 김태호 후보자가 중도하차했었다. 하지만 낙마의 무게는 앞선 이들과 천양지차다. 임기 중·후반에 지명됐던 이들과 달리 그는 박근혜 당선인의 공동선대위원장이었고,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었으며, 초대 총리 후보자였다. 3개월여 사이 박 당선인이 지명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는 모두 그의 차지였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상징과 같은 존재였다.

 검증 국면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누구도 낙마를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장애를 이겨낸 청렴한 이미지의 헌법재판소장 출신으로 여겨졌다. “최선의 법률가는 바르게 살고, 부지런히 일하다, 가난하게 죽는다는 말이 있다”는 스스로의 말처럼 살아온 듯했다.

 하지만 두 아들의 병역 면제와 관련한 의혹이 불거졌다.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실패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후보의 두 아들 병역 논란과 유사했다. 후보자 본인이 땅을 보러 다녔다는 진술도 나왔다. 두 아들이 어렸을 때 서울 서초동 부동산을 취득하는 과정 등에선 석연치 않은 점도 나왔다. 당장 새누리당에서도 “인사청문회가 쉽지 않겠다”는 비관론이 나왔다. 도덕성 문제가 결국 김 후보자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그를 중용했던 박 당선인의 체면과 위신도 말이 아니게 됐다.

 중요한 건 앞으로다. 이번 과정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우선 지적할 건 ‘나 홀로 검증’의 위험이다. 낙마 사유인 병역과 부동산 문제는 검증 과정에서 맨 처음 따지는 사안이다. 1990년대 고위 공직자 재산등록이 도입됐을 때, 또 2000년대 중반 인사청문회가 본격화됐을 때도 병역과 부동산이 뇌관이었다. 한마디로 중대 사안이란 뜻이다. 파악하기 어렵지도 않다. 병무청 기록이나 행정안전부·국세청 자료만 봐도 대충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의 병역·부동산이 논란이 됐다는 건 검증을 안 했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박 당선인은 이제부터라도 현 정부의 검증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5년 전 연속 낙마로 고전한 이명박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는다.

 ‘인사 비밀주의’도 깨야 한다. 보안을 강조하다 보면 정작 후보자에 대한 평판을 들을 기회를 놓친다. 박 당선인이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지명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대표적이다. 당선인이 혼자 하는 인선, 비서진 한두 명에게 의존하는 인선은 더 이상 무리다.

박 당선인은 취임 전까지 청와대 비서실과 내각 인선을 마쳐야 한다. 17개 부처를 포함해 20명이 넘는 장관급 인사를 3배수만 검증한다고 해도 60여 명이 넘는다. 한 번은 실수라 쳐도 그런 실수가 반복되면 의심을 사게 된다. 낙마자는 김 후보자 하나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