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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교육 받은 컨설턴트 등장

중앙일보

입력

한 여성이 디올 라 콜렉션 프리베 향수 바(bar)에서 컨설턴트와 향수를 시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1일 화장품브랜드 디올은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WEST 1층에 바(bar)형태 향수 전문 매장을 오픈했다. 국내에 선보이지 않았던 12가지 향수 ‘라 콜렉션 프리베 라인’과 향초를 들여오고, 파리에서 전문교육을 받은 향수 전문 컨설턴트를 배치했다. 전국 70여 매장 중 유일한 퍼퓸 바다. 다른 향수 코너와 뭐가 다른 건지, 독자 우승민(37)씨와 함께 직접 이곳을 찾아가봤다.

“요즘은 여자들, 풍기는 냄새가 다 비슷비슷해요. 유명 향수 몇 가지 중에서 고르다 보니 다 비슷해질 수밖에요. 향기는 이미지와 연결되잖아요. 남들은 사용하지 않는, 독특한 향수를 쓰고 싶어요.”

어떤 향수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우씨가 한대답이다. 향수 컨설턴트인 이경화 매니저는 우씨에게 ‘어떤 향을 좋아하나’ ‘향수에서 찾는 것은 무엇인가’ ‘향수를 통해 자신의 어떤 성향을 표현하고 싶나’를 물었다. 우씨는 질문 순서대로 ‘은은한 향’ ‘우아함’ ‘차분함’을 선택했다. 이 매니저는 이에 맞는 향수 세 가지를 골라 시향지에 조금씩 묻혀 우씨가 향을 맡아 보게 했지만, 그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세 가지 모두 원하는 향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잠시 당황한 듯했던 매니저는 “머릿속에 그리는 향기와 실제로 좋아하는 향기를 매치하기는 쉽지 않다”며 다시 문답을 시작했다. 기존에 사용했던 향수 중 어떤 것이 지금 말한 느낌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지, 좋아하는 향수들은 어떤 것들이었는지 등 꼼꼼하게 물어 다시 세 가지의 향을 골라 시향지를 건넸다. 이번엔 우씨가 밝게 웃으며 “이게 좋다”며 한 가지 향을 골라냈다.

그가 고른 향수는 ‘디올 프리베 그랑드 발’. 자스민 향기가 감도는 풍부하고 차분한 향을 가지고 있는 향수다. 디자이너 크리스찬 디올이 참석했던 1949년 한 무도회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것이다. 우씨는 “향수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내가 원하는 것을 파악해 골라주니 새롭다”며 “종전에 맡아 보지 못한 향이면서 얽힌 이야기도 있어 재미있다”고 했다.

갤러리아백화점(압구정)에는 이미 샤넬과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먼저 향수 코너를 마련해 놓은 상태로 디올이 세 번째다. 샤넬의 경우, 기존 매장을 아예 향수와 메이크업군으로 꾸미고 스킨케어는 복도쪽으로 빼내 매장을 추가로 만들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도 매장 한쪽에 향수 코너를 마련하고 새로운 향수 14종을 선보였다.

백화점에 매장을 가지고 있는 화장품브랜드는 향수 몇 개를 다른 화장품과 함께 진열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에 반해 갤러리아에는 향수를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들이 하나씩 매장을 꿰찼다. 흔히 접하기 힘들었던 럭셔리 향수 브랜드도 지난해부터 대거 둥지를 틀었다. 아닉구딸, 크리드, 펜할리곤스 등 이름만으로도 화려하다.

1병에 20만~30만원이 훌쩍 넘는 고가 향수다. 화장품 거품 빼기 무드에 ‘저렴한 화장품’이 30~40대에게까지 인기를 얻고 있지만, 향수만큼은 고급품을 사용하고 싶어한다는 심리를 읽은 전략이다. 갤러리아를 찾은 이진희(35)씨는 “화장품은 가격이 싸도 좋은 품질일 수 있지만, 향기는 값을 속일 수 없더라”며 “경기가 어려워 크림이나 에센스 같은 제품은 저렴한 것으로 바꿨지만 향수는 티가 난다”고 말했다.

최근 럭셔리 향수 붐이 인 것은 백화점과 ‘백화점 1층 화장품브랜드’들 간 협공도 한 이유다. 갤러리아가 향수에 과감한 투자를 결심한 것은 줄어들고 있는 고가 스킨케어 화장품의 매출 비중을 향수가 대체해 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화장품은 가격 합리성이 좋은 제품을 찾는 반면, 향수는 고가 제품에도 반응한다”며 “백화점 매출에 큰 역할을 해온 럭셔리 화장품군 매출이 주춤하면서 향수가 새로운 블루칩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장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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