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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활센터 여성 근로자 4명 “자립의 꿈 구수하게 굽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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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지역자활센터(센터장 장희경)가 운영하고 있는 누룽지사업단이 호응을 얻고 있다. 누룽지사업단은 아산지역자활센터 소속의 자활근로자 4명이 누룽지를 손수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이 사업단이 생산하는 누룽지는 끓임용과 간식용 두 가지다. 끓임용은 간단한 아침 대용으로, 간식용은 아이들과 부모의 먹을 거리로 인기를 끌고 있다. 누룽지사업단이 제조하고 있는 누룽지 제품은 지역에서 생산된 쌀을 사용, 타 지역에서도 주문이 쇄도하는 등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24일 아산 누룽지사업단의 근로 현장을 찾았다.

조영민 기자

아산지역자활센터 누룽지 사업단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작업장에서 만든 간식용 누룽지를 들고 기념촬영을 했다. [조영회 기자]

사랑으로 반죽하고 정성으로 굽는다

이날 오후 2시30분. 아산 온양 2동에 위치한 아산 누룽지 사업단 작업장에 들어서자 구수한 누룽지 냄새가 군침을 삼키게 했다. 흰 가운을 입은 3명의 여성 자활근로자들은 소형 누룽지 제조 기계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흰 쌀밥을 적당히 덜어 담고 있었다. 기계에 담긴 쌀을 뚜껑으로 눌러주고 시간을 입력하니 3분만에 누룽지가 완성됐다. 그러자 근로자들은 쏟아져 나오는 누룽지를 깔끔히 포장하느라 또 한번 바쁜 손길을 움직인다. 지시하는 사람도 없는데 각자 자신이 맡은 일에 열심이다. 그들 뒤에서는 나머지 한 명의 자활 근로자가 끓임용 누룽지를 만들고 있다. 끓임용은 간식용과는 달리 기계가 아닌 납작한 후라이팬과 가스렌즈를 이용해 만든다. 타사제품과 차별화 되는 이 사업단의 끓임용 누룽지는 전통방식처럼 밑면만 굽고 윗면은 그대로 건조시켜 끓였을 때 잘 풀어질 뿐 아니라 더욱 구수한 맛을 낸다고 한다.

 이들이 하루에 생산해내는 누룽지의 양은 일 평균 70여 봉지. 쌀 20㎏ 분량을 하루에 다 소비한다. 월 매출은 600만원 정도다. 지난해 8월 사업단이 처음 생긴 후 꾸준히 매출액이 올랐다. 수익금은 자활센터 근로자들의 급여와 사업비로 쓰인다. 일부는 지역 저소득가정에 지원된다.

“우리지역에서 나는 ‘아산 맑은 쌀’을 원료로 엄마의 마음을 담아 정직한 제품을 만든다는 소문이 나면서 주문이 늘고 있어요. 다른 곳에서 만들어지는 누룽지와는 달리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방식도 인기를 끌고 있죠. 전통식품인 누룽지가 더욱 대중화되면 좋겠네요.”

끓임용 누룽지를 만들고 있던 김영희(54·여·가명)씨의 얘기다. 그는 “요즘은 밀려드는 주문으로 행복하다”고 덧붙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들이 만든 누룽지가 처음부터 인기를 끌었던 것은 아니다.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시작한지 2개월 여 동안은 소비자들에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아산시청이나 인근 주민센터 등 관공서에서 소량으로 구매해주는 것이 전부였다. 위기를 느낀 아산자활센터 관계자들과 누룽지사업단 근로자들은 홍보에 주력했다. 지역 언론을 활용하기도 하고 저마다 아는 지인들을 동원해 입 소문을 부탁했다. 충남자활사업 포럼에 참가해 자신들이 손수 만든 누룽지를 선보이며 호응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입 소문을 타고 작업장으로 직접 찾아오는 주민들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아산지역뿐 아니라 천안, 당진 등 타 지역에서도 주문이 밀려들었다. 넘쳐나는 주문들 때문에 요즘에는 하루 주문량만 생산한다고 한다.

누룽지 만들며 ‘할 수 있다’ 자신감 얻어

누룽지 사업단 자활 근로자 4명이 이곳에서 일하게 된 것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자활센터에 나온 다는 얘기는 일을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다는 얘기죠. 지금은 이렇게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돼서 기뻐요.”

 사업단의 맏언니 장규선(57·가명)씨는 자활센터에서 근로자로 일하는 소감을 이렇게 얘기했다. 천안에 거주중인 장씨의 원래 직업은 자영업자였다. 가방 가게와 신발 가게를 꾸렸는데 연이어 실패했다고 한다.

“사업에 실패하고 스트레스 때문인지 폐질환에 걸렸어요. 몸이 극도로 쇠약해져 갔죠.” 병원을 다니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던 장씨는 우연히 지난해 아산자활센터를 알게 됐고 누룽지사업단에 배정받게 됐다. 다시 일을 하게 돼 몸은 힘들지만 마음만은 평온해졌다는 장씨는 “우리가 만든 누룽지를 먹고 맛있다고 찾아오는 손님들 때문에 기쁘기도 하고 자신감이 생긴다”며 “같이 일하는 근로자들과도 정이 많이 들어 가족같이 일하고 있다”고 흐뭇해했다.

 김순규(54·가명)씨는 딸과 둘이 살고 있다. 김씨는 2007년까지 일반 회사에 사무직으로 근무하다 뇌경색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고 한다. 건강을 어느 정도 회복하고 다시 일을 시작하려 했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김씨는 옆집에 사는 이웃이 아산자활센터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지원을 하게 됐다.

 “몸이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일은 꼭 다시 하고 싶었죠. 누룽지를 만들면서 제 자신이 ‘아직 건재하구나’하고 느껴요.”

장씨와 김씨를 비롯한 4명의 누룽지사업단 근로자들은 이곳에서 3년간 더 근무할 수 있다. 그 뒤에는 다른 지원자들 때문에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한다. 계속해서 누룽지를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은 이들에게 아쉬움으로 남지만 누룽지 사업을 통해 모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립심을 키웠다고 입을 모았다. 장희경 아산시자활센터장은 “누룽지사업단이 지금보다 생산량이 늘고 판로가 더 확보된다면 사업단에서 일하는 참여자들이 자활하는 시기가 좀 더 앞당겨 질 것으로 보여진다”며 “앞으로 아산지역자활센터에서 생산성 있고 수익 창출이 가능한 사업단이 많이 만들어져 이곳에서 일하는 자활참여자들이 자립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아산지역자활센터는 근로능력 있는 수급자들의 자활을 돕고 있는 곳으로 집수리·택배·영농·누룽지 사업단 등 총 10개의 사업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중 공익을 위한 사업단이 6개이며 매출이 있는 사업단이 4개로 총 80여 명의 수급자가 자활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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