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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칼럼] 학교 교사가 학생에게 전념할 수 있게 교육계 내부 승진시스템 바로 잡아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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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사교육비 경감이 국가적 대사가 되고 있다. 2013년 들어설 신정부가 학원의 선행학습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든다는 등 별 이야기가 많다. 사교육이 횡행하는 가장 큰 원인은 공교육 경쟁력 약화와 부실 때문이라고 본다. 공교육 부실의 가장 큰 이유를 찾아 처치하면 공교육 경쟁력이 강화돼 사교육은 자연히 설 자리를 잃게 되리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흔히들 교사는 교직 입문 후 10년 차가 되면 가장 왕성하게 아이들 교육을 위해 매진할 만한 역량이 생기게 된다. 10년 정도 연륜이 더해지면 열정 하나뿐이었던 신출내기 티를 벗고 학교 현장이 돌아가는 판도 제대로 이해가 되고 아이들도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이때 아이들 교육에 전념하게 되면 학생과 학부모가 만족하는 교육적 성취를 얻을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시점부터 교사들은 아이들이 아닌 승진을 위한 점수 따기에 전념하게 된다. 아이들의 성적을 올리는 사교육 기관은 생존의 문제라 자나 깨나 오로지 아이들 성적만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교육계 내부 시스템은 10년 차 이상 중견교사들이 승진 부가점을 쫓을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다.

학교가 이런 형편이다 보니 학부모, 학생 입장에서는 학원에 가지 않을 수 없다. 처음 교직에 입문할 당시에는 교사가 되지 못하는 사람들이 학원 선생님을 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하지만 갈수록 교사는 불신의 대상이 되고 학원 선생님은 신뢰를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학교 교사들은 우수한 인적자원이다. 이들이 승진 보다 아이들에게 전념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

 장학사들의 시험 장사 문제로 세상이 시끄럽다. 이 문제도 교육계 내부 승진시스템에서 기인하고 있다. 장학사가 되면 교장 승진에서 우선적이고 우월한 위치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과 장학사가 학생들을 위한 수업이나 인성지도에 있어 사명감을 가지고 가르칠 수 있도록 교육계 내부 시스템인 교원 승진제도 손 봐야 할 때다.

 교수신문이 2013년 희망의 사자성어로 내놓은 ‘제구포신(除舊布新)’은 ‘묵은 것을 제거하고 새로운 것을 펼쳐낸다’는 뜻인데 이는 중국 ‘춘추좌전’에 나오는 말이라고 한다. 겨울 하늘에 혜성이 나타나자 노 나라의 대부 신수가 이를 제구포신의 징조로 해석했다고 기록돼 있다. 본디 혜성은 불길함의 상징으로 여겨졌는데 여기서는 오히려 변혁의 조짐으로 보았다고 한다.

 교육계 내부가 장학사 시험 장사 등 불길한 징조가 나타나고 있는 이때가 바로 제구(除舊)하고 포신(布新)할 수 있는 적기라고 생각한다. 교육자 스스로 제구하고 포신해 2013년 올해가 국가적 과제인 사교육 경감 원년이 되길 바란다.

권광식 도하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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