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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퇴임 5일 뒤 로펌행 … 민주, 청문회 쟁점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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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용준 총리후보자가 국회에서 열리는 새누리당· 인수위 연석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28일 오후 서울 삼청동 인수위 건물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8살·6살 아들에 대한 강남 땅 편법증여 의혹, 부장판사 시절인 1970~80년대 수도권 땅 집중 매입, 두 아들은 모두 병역면제, ‘부산판 도가니’로 불리는 형제복지원 주범의 감금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판결, 헌법재판소장 퇴임 닷새 후 로펌 취업…. 김용준 총리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법치·도덕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김 후보자 지명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에선 “법치와 약자 배려라는 박근혜 당선인의 인선 원칙과 거리가 멀다”(박기춘 원내대표)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헌재소장 퇴임 닷새 만에 로펌행=2000년 김 후보자는 헌법재판소장 퇴임 후 5일 만에 대형 로펌인 율촌에 고문으로 영입돼 2010년까지 재직했다. 이에 따라 2011년 감사원장 후보자에서 낙마한 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례처럼 청문회에서 전관예우 의혹이 불거질 전망이다. 정 전 수석은 2007년 검찰청 차장에서 퇴직한 후 6일 만에 로펌으로 자리를 옮겨 7개월간 7억원의 소득을 올렸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 후보자는 헌법재판소장을 퇴임한 뒤 일주일도 안 돼 로펌에 간 이유를 청문회에서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 후보자 큰아들이 뉴욕주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것이 99년이고 뉴욕주 변호사로 등록된 건 2002년”이라며 “미국 변호사 등록 전 큰아들은 99년 로펌에 취업해 1년간 일했는데 그곳도 율촌”이라고 했다. 그는 “당시 헌재소장이었던 아버지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 김 후보자가 헌재소장 퇴임 후 5일 만에 자리를 옮긴 곳에서 아들도 일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전관예우는 고위 법관의 단골 논란 거리다. 이용훈 전 대법원장도 2000년 대법관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해 5년간 60억원의 수임료를, 박시환 전 대법관은 2003년 부장판사 퇴직 후 변호사 개업을 통해 22개월간 19억8000만원의 수임료를 벌었다. 두 사람도 인사청문회에서 이 부분에 대한 비판을 받았으나 청문회는 통과했다.

 ◆부동산 투기와 편법증여 의혹=김 후보자가 부동산 투자 붐이 일던 70~80년대 집중적으로 토지와 주택을 구입한 것도 민주당은 주목하고 있다. 김 후보자가 대법관 시절이던 93년 공개한 재산 내역엔 두 아들 명의로 돼 있던 서초동 주택을 포함해 본인과 자녀 이름으로 전국 9곳에 부동산을 보유한 사실이 들어 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충남 부여의 임야와 90년에 매입한 주택을 제외하면 모두 70~80년대 매입했다. 특히 김 후보자의 장·차남 명의의 서초동 땅을 산 시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땅의 매매계약이 이뤄진 지 불과 사흘 뒤인 1975년 8월 4일 서울시는 “대법원 등 각급 법원과 검찰청, 관세청 등 정부기관, 일부 금융기관을 강남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경제차관회의에 보고했다.

이에 대해 청문특위 민주당 간사인 민병두 의원은 “김 후보자가 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 시절이던 70년대, 대법관 시절이던 80년대에 집중적으로 부동산을 매입한 과정을 보면 투기 의혹이 짙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74년 큰아들(당시 7살)의 이름으로 산 안성시의 7만3388㎡(2만2000평) 임야에 대해서는 편법증여 논란과 함께 당시 골프장 개발 호재를 노린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두 아들 병역면제에 공세=민주당 정성호 수석대변인은 “장남이 면제를 받기 위해 체중감량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총리실이 해명하고 있지만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과거 병역비리 군·검 합동수사단에서 수사검사를 맡았던 한 변호사는 28일 본지와 JTBC 기자에게 “2001년 병역비리가 의심되는 고위직 자제 800여 명을 조사대상으로 분류했는데, 이 중 김 후보자의 두 아들이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당시 ‘병역브로커 박노항 원사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낳자 정부는 대대적인 조사를 진행했었다. 그는 “800여 건 중 비리가 명확해 보이는 40건을 추렸는데 여기에 두 아들은 포함되지 않았다”며 “다만 워낙 숫자가 많아 당시 800여 건을 모두 세밀하게 조사하진 못했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가 사회적 약자에 대해 배려하기는커녕 사회 지도층으로서의 의무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언주 대변인은 “겉으로만 장애인이고 약자일 뿐 실제론 기득권의 입장을 충실히 반영하면서 재산 증식을 하고 누릴 건 다 누린 인물”이라고도 했다.

강태화·정원엽 기자, 강신후 JTBC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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