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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장녀 김설송은 정은의 방조자 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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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북한이 장거리 로켓 은하3호(지난해 12월)의 발사에 이어 최근 핵실험 강행 움직임을 보이는 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유언을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정부는 분석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사망(2011년 12월)하기 전인 10월 8일 유훈(遺訓)으로 불리는 유언의 전문을 입수한 데 따른 것이다. 이른바 ‘10·8 유훈’으로 불리는 김 위원장의 유언 일부가 보도(본지 2012년 4월 13일자 12면)된 적은 있지만 전문을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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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고위 당국자는 “정부는 최근 김정일이 사망하기 두 달 전 남겼던 유훈 전문을 입수해 분석 중”이라며 “이 가운데 핵과 미사일, 주한미군 철수 주장 등의 언급이 북한의 최근 동향과 유사한 점이 있어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김일성·김정일의 말과 지시를 초헌법적인 것으로 여기며 정책집행의 기준으로 삼아왔다. 복수의 외교안보 당국자는 “그동안 탈북자와 북한 관련 민간단체들이 중국을 통해 입수해 공개한 사실이 있지만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 정부 차원에서 확인 절차를 거쳤다”며 “외교안보 관련 부처 간 공유하며 살펴본 결과 북한의 최근 움직임이 유훈 내용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44개 항목으로 돼 있는 10·8 유훈에 따르면 김정일은 “핵과 장거리 미싸일(미사일), 생화학무기를 끊임없이 발전시키고 충분히 보유하는 것이 조선(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는 길임을 명심하라”며 “조금도 방심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김일성의 한반도 비핵화 약속에도 불구하고 핵과 미사일 개발이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고, 김정은도 이의 연장선에서 핵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해 북한의 각종 언론들은 지난해 12월 12일 은하 3호 발사 직후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관철했다”고 밝혀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김 전 위원장은 “(북핵 폐기를 위한) 6자회담을 잘 리용(이용)하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며 “이 회담을 우리의 핵을 없애는 회의가 아니라 우리의 핵을 인정하고 우리의 핵 보유를 전 세계에 공식화하는 회의로 만들어야 하며 우리에 대한 국제적 제재를 풀게 하는 회의로 되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6자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북한은 핵 개발에 매진해 왔고, 핵무기 개발의 최종 단계에 돌입한 것으로 정부 당국은 평가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올해로 첫 6자회담이 열린 지 10년이 되지만 북한은 그동안 두 차례의 핵실험과 네 차례의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며 “북한은 6자회담을 진행하는 동안 시간을 벌며 핵과 미사일을 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종국적 목표가 핵 폐기가 아닌 핵 보유라는 사실이 김정일의 유훈에 따른 것임이 확인됨에 따라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을 기정사실로 보고 국제공조 방안 등 대비책을 논의 중이다.

 유훈은 또 “미국과의 심리적 대결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며 “합법적인 핵 보유국으로 당당히 올라섬으로써 조선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켜야 하며 국제제재를 풀어 경제발전을 위한 대외적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했다. 북한이 유엔 대북제재 결정 2시간 만에 이에 반발하는 외무성 성명을 발표하고, “김정은의 중대조치 결심”을 지난 27일 새벽에 공개한 것도 미국과의 신경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은 또 이명박 정부와 남북관계 개선을 포기하고 차기 정부와 협력할 것을 주문했다. 유훈은 “남조선의 다음 정권과 경제, 문화 교류를 시작으로 통일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사상적으로 철저한 우위를 차지하며 그들(남)을 군사적으로 제압한 상태에서 시작하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시작한 동계훈련에서 지난해에 비해 3배에 달하는 실사격 포병 사격훈련을 실시하는 등 최근 들어 군사적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정용수·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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