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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가격인하 특명 … 전시상품 특판에 중고폰 파는 편의점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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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소비 실종’ 시대, 소비자의 주머니를 열기 위해 기업은 고심 중이다. 신상품 마케팅보다 기존에 있던 제품을 더 저렴하게 파는 다양한 방법을 찾고, 아예 중고 제품을 팔기도 한다.

 홈쇼핑 업계에서는 ‘같은 제품, 작은 구성’ 전략을 쓰고 있다. 유리로 된 밀폐용기를 66개에 8만9800원에 팔던 것을 30개 5만9000원에 파는 식이다. 현대홈쇼핑 임현태 마케팅 팀장은 “15팩에 4만9900원 하던 곰탕 제품을 10팩에 3만9900원에 팔았더니 매출이 30% 늘었다”며 “17만~18만원대에 판매하던 세라믹 냄비세트도 다음 달에는 개수를 줄여 5만원대로 맞춘 ‘다이어트 패키지’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획된 상품을 집중 방송하는 홈쇼핑과 달리 소비자가 여러 상품을 검색하고 고를 수 있는 인터넷 쇼핑몰에선 반대로 대용량·업소용 제품에 소비자가 몰린다. 같은 제품이라도 g당 판매가격이 낮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사용하기 불편한 1.8㎏ 대용량 참치캔에도 “위생봉투에 덜어서 냉동실에 넣으면 된다”는 주부의 구매 후기가 잇따른다. 원래 미용실용이었던 4㎏ 이상 대용량 샴푸에도 펌프 기구를 함께 넣어 판매해 가정에서 샴푸를 용기에 덜지 않고 바로 쓸 수 있도록 했다.

 롯데마트는 포장을 줄이는 방법을 써서 설 선물세트 가격을 지난해보다 최대 30% 낮췄다. 굴비 상자 속에 넣는 등나무 채반을 종이로 바꾸고 과일에 두르는 띠지를 없앴다. 겹상자를 홑상자로 바꾸는 등 포장만 바꿔서 예년과 같은 상품을 더 저렴한 가격에 내놓은 것이다.

 중고 제품을 특화해서 판매하는 곳도 늘었다. 편의점 CU는 중고 휴대전화를 고쳐 만든 리하트폰을 29일부터 매장에서 판매한다. 세븐일레븐은 2010년 생산돼 매장에 진열된 적이 있는 구형 스마트폰을 28일부터 판매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옥션은 가전·디지털·자동차용품 등 60종 400여 개의 리퍼브(전시 상품 등을 새로 손질해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 제품을 판매하는 특별관을 운영 중이다. 옥션 가전실 정재명 상무는 “예전에는 리퍼브 상품이 에어컨 등 계절 가전에 한정됐지만 최근엔 불황 여파로 다양한 상품이 꾸준하게 공급돼 특별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균일가 행사가 인기를 모으자 아예 균일가 브랜드도 나왔다. 생활용품 업체인 락앤락은 지난해 10월 1000원부터 5000원까지 균일가 상품으로만 구성된 ‘P&Q(Price&Quality)’라는 브랜드를 내놓았다. 같은 크기의 밀폐용기라면 락앤락 브랜드보다 약 30% 저렴하다. 지난해 락앤락 브랜드의 국내 매출이 39% 감소했을 때도 P&Q 매출은 240% 늘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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