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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의 엔저 대못박기 … 새 일본은행 총재에 ‘통화 남용자’ 물색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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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무토(左), 이와타(右)

‘누가 엔화가치를 계속 떨어뜨릴 수 있을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일본은행(BOJ) 차기 총재를 인선하며 최우선으로 꼽는 기준이다. 경제 전문가들이 비판하는 ‘통화 남용자(Money Abuser)’를 고르고 있는 셈이다.

 현 총재인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64)가 5년 임기를 마치고 오는 4월 물러난다. 아베의 인선 작업이 한창이다. 28일 니혼게이자이와 로이터·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력 후보는 2명이다. 무토 도시히로(武藤敏<90CE>·70) 다이와경제연구소장과 이와타 가즈마사(岩田一政·67) 일본경제연구소장이다. 두 사람 모두 ‘디플레이션(장기 물가하락) 파이터’다.

 무토는 “BOJ가 장기 국채를 더 많이 사들여야 한다”고 말해왔다. 이와타는 더 공격적이다. 그는 2년 전 “BOJ가 물가상승 목표를 2%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게 아베의 총선 공약으로 채택됐다.

 로이터는 “무토나 이와타 모두 아베의 입맛에 딱 맞는 사람”이라며 “하지만 자민당이 참의원 다수당이 아니어서 두 사람의 인준을 장담할 순 없다”고 전했다. 실제 2008년 일본 의회가 BOJ 총재 지명자를 낙마시킨 적이 있다. 다크호스로 또 다른 두 명이 거론되는 이유다.

 첫 다크호스는 다케나카 헤이조(62)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시절 금융·경제재정정책담당상 등을 지냈다. ‘고이즈미 개혁 설계자’로 불린다. 그는 “인플레가 연 1~3% 정도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둘째 다크호스는 이토 다카토시(伊藤隆敏·63) 도쿄대 교수다. 미국 컬럼비아대 프레드릭 미시킨과 함께 세계의 양대 통화정책 이론가로 꼽힌다. 아베 총리가 총선 공약으로 내건 ‘물가상승 목표제’를 2004년 처음 주창한 인물이다. 하지만 재정건전성을 중시하는 게 아베와 다른 점이다.

 후보 네 사람 중 누가 돼도 BOJ엔 굴욕이다. 후보들 모두 ‘BOJ 성골’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토와 이와타가 BOJ 부총재를 지내기는 했다. 하지만 무토는 대학 졸업 뒤 대장성(현 재무성)에 들어가 일했던 관료 출신자다. 이와타는 학계에 몸을 담았다. 다케나카는 일본산업은행에서 일했다. 1998년 이후 15년 동안 BOJ 총재들은 내부 성골이거나 그들이 방패막이로 영입한 인물이었다. 이런 전통이 깨지게 된 것이다. 국제금융 전문가들은 아베가 지명한 차기 BOJ 총재가 취임하면 엔화 약세에 다시 한 번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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