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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4년 36세 서울변호사회 회장 … 나승철의 반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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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나승철

나승철(36·사법연수원 35기) 변호사가 제92대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에 당선됐다. 비(非)전관(전직 판검사), 비서울대 출신에다 역대 최연소 회장이다. 지난 20년간 당선된 서울변회장 중 최연소는 2005년 1월 88대 회장에 당선한 이준범 변호사로, 당시 49세였다. 최근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에 야간고·야간대 출신의 위철환(55·사법연수원 18기) 변호사가 당선된 데 이어 변호사단체에 ‘비주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서울변호사회는 28일 치러진 회장 선거에서 나 변호사가 유효투표 수 4406표 중 1443표를 얻어 825표를 얻은 이병주(49·연수원 25기) 변호사를 618표 차로 누르고 신임 회장에 당선됐다고 밝혔다. 2011년 선거에서 오욱환(53·14기) 전임 회장에게 26표 차로 뒤져 고배를 마신 그는 재수 끝에 회장에 올랐다. 그는 “서울대 법대를 나와 판검사 거쳐 변호사 하는 시대는 갔다”며 “‘근로자’로서의 청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그를 당선으로 이끈 주축은 20~30대 청년 변호사들이다. 서울변회 회원 9100명 중 35%에 이르는 ‘파워그룹’이다. 판검사 경력 없이 개업한 경력 5년 이하 변호사가 대부분이다.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공익법무관 복무를 마친 뒤 2009년 4월 개업한 나 변호사는 이른바 ‘청변’ 그룹의 대표격이다. 그는 선거에서 사법시험 존치, 로스쿨 검사 즉시임용 폐지, 사건수임 지원, 근로조건 개선 등 업계 불황을 헤쳐 나갈 다양한 공약을 내세웠다. 그는 “솔직해야 한다. 지난해부터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쏟아져 나오면서 변호사의 특권도 점차 무너지고 있다”며 “변호사 공급을 1000명으로 제한하도록 추진하는 등 공약에는 변함없다”고 말했다.

 선거 과정에서 ‘로스쿨생의 공적(共敵)’ ‘밥그릇 챙기기 공약만 내놓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그는 “얼마 전 로스쿨생으로부터 e-메일을 받았는데 장문의 답장을 보냈더니 덕분에 많이 공감했다고 하더라”며 “사시 출신 변호사들이 나를 회장으로 뽑았지만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과도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서민의 법조 진출을 위하는 측면에서도 사법시험과 로스쿨은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1일 치른 제47대 대한변협 회장 선거에선 위철환 경기지방변호사회 회장이 당선됐다. 위 회장은 성균관대 법대(야간)를 졸업한(비서울대) 비서울, 비전관 출신 3비(非) 변호사로 화제를 모았다. 나 변호사는 “ ‘비주류’로 꼽히는 위 회장과 내가 회장에 당선됐다”며 “청변들을 중심으로 ‘이렇게 가면 안 된다’는 변화의 요구가 거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민제·김기환 기자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지역에 등록한 변호사 9100명을 대표하는 이익단체다. 전국 변호사의 70%, 전국 사건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서울변회 회장으로 선출되면 단체 운영 외에도 변호사 징계 등에 대한 권한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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