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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통팔달 교통 OK … 집·학교 불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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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경부고속도로에는 지난해 9월 동김천IC가 새로 생겼다. 동김천IC는 김천혁신도시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이 길을 따라가면 왼편으로 건설 중인 한국도로공사 건물이 보인다. 혁신도시를 가로지르면 끝에는 KTX 김천구미역이 나타난다. 김천시가 자랑하듯 전국 10개 혁신도시 중 KTX 역사가 들어선 유일한 곳이다. 사통팔달 교통망이다.

 고속도로와 고속철도 사이에 김천혁신도시가 건설 중이다. 올해 상반기부터 이곳으로 공공기관이 이전하지만 전기·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이나 집·학교·쇼핑시설 등 정주시설은 교통망과 달리 취약해 불편이 예상된다. 특히 정주시설은 아예 마련되지 않거나 입주 시기와 맞지 않는 상태다.

 28일 경북도·김천시 등에 따르면 올 상반기 혁신도시 입주가 예정된 곳은 우정사업조달사무소(인원 110명)와 기상청 기상통신소(9명) 등 2곳이다. 하반기에는 대한법률구조공단(92명)과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24명)이 이전할 계획이다.

 우정사업조달사무소는 당초 지난 연말 이전하려다가 올 4월로 연기했다.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이 미비해 준공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직원 가족들 가운데는 취학 어린이 10여 명이 있지만 이들이 다닐 학교도 아직 지어지지 않은 상태다. 이전하면 당장은 혁신도시에서 5㎞ 정도 떨어진 인근 농소·운곡초등학교로 전학시킬 계획이다.

 더 큰 문제는 거주할 집이다.

 한국도로공사 노동조합 관계자는 “올 상반기 이전을 앞두고도 정주 여건이 전혀 확보되지 않은 게 문제”라며 “올해 주택 공급은 연말에나 입주할 LH공사의 660가구가 전부”라고 지적한다. 또 현실적으로 단신 부임이 70% 정도인데 김천시는 “가족이 다 오라”며 혁신도시에 아예 원룸 등을 마련하지 않는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전을 앞둔 공공기관 직원들은 거처 마련 등 걱정이 태산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정말 가냐”며 현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분위기다. LH공사는 특별분양을 통해 660가구의 70%(462가구)를 이전 기관에 우선 배정했지만 실제 계약은 절반 수준인 252가구에 그치는 등 불일치도 생겨났다. 이전 공공기관이 주택난을 우려하면서도 정작 분양에는 소극적인 것이다.

 김천시 권오춘 혁신도시건설지원단장은 “혁신도시에서 10분 거리에 김천 시가지가 있어 당장 거주하며 근무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첫 이전 기관부터 혁신도시 청사를 운용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1년에 인구 500여 명이 줄어드는 김천시는 혁신도시 조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김천시는 이전 기관 직원들에게 원룸·아파트 등 집 마련 정보를 제공하고 자녀들은 명문 김천고에 정원 외 전·입학도 할 수 있게 했다. 이사온 자녀가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면 장학금 300만원 혜택도 부여한다. 오는 31일엔 김천시장이 이전 기관 담당자와 노조 관계자 등 80여 명을 초청해 김천에서 1박2일 숙식을 함께 하며 서로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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