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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스케이트장 왜 툭하면 문닫나 했더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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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지난 13일 시민들이 서울광장 야외 스케이트장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있다. [안성식 기자]

‘서울시 대기환경 악화로 1회차(10:00~11:00) 스케이트장 운영을 중단합니다’.

 지난 17일 오전 8시 서울시청 앞 스케이트장에 이런 내용의 안내 팻말이 붙었다. 개장 시간(오전 10시)을 불과 두 시간 앞둔 시점이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수시로 스케이트장을 폐쇄한다. 중단 결정은 대개 두 시간 전에 내려진다. 인터넷 예매자에게는 운영 중단 안내 문자메시지를 전송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표를 사려고 일찍 온 시민들은 허탕을 칠 수밖에 없다. 더욱 난감한 경우는 지방에서 올라온 원정객이다. 올해는 인터넷으로 예매가 가능해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서 찾아오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이들은 두 시간 전에 문자메시지를 받아도 다른 방도가 없다.

 스케이트장 관계자는 “인터넷 예매 시행 때문인지 올해는 지방 이용객이 무척 많다”며 “운영 중단 통보를 서울에 오는 버스나 기차 안에서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항의가 무척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케이트장 업무를 담당하는 서울시 체육진흥과 측은 “미세먼지 농도가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하루 전에 통보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올 들어 미세먼지를 이유로 9차례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문을 닫았다. 현재 서울시가 운영하는 7개의 실외 스케이트장 중 대기 질을 기준으로 운영을 중단하는 곳은 서울광장 스케이트장뿐이다. 스케이트장을 찾았다 허탕을 친 시민들은 “도대체 누가 무슨 기준으로 이런 결정을 내린 건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답부터 말하면 스케이트장 운영 기준은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후 만든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는 기존의 광장운영위원회를 개편한 조직이다. 주로 시민단체 관계자로 구성돼 있다. 오형철 서울시 총무과장은 “지난해 3월 시민 뜻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 위원 수를 14명에서 9명으로 줄였다”며 “공무원은 줄이고 시민단체 몫을 늘렸다”고 말했다.

 당초 위원회는 스케이트장 개장 자체를 반대했다. “광장에서 열리는 집회나 행사 등을 제한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수차례의 재심의 끝에 “미세먼지 농도가 120㎍/㎥ 이하일 경우 즉시 운영을 중단한다”는 단서를 달아 개장을 허용했다. 스케이트장 면적은 기존의 절반으로 줄었다. 한 위원회 관계자는 “서울시 기준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121~200㎍/㎥일 때 대기 질이 나쁜 걸로 본다”며 “이를 기준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위원 몇 명이 명확한 근거도 없이 서울시민의 여가활동을 규제하는 게 맞느냐는 의문을 제시한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미국환경보호청은 미세먼지 농도가 150㎍/㎥를 넘을 경우 일반인들의 격렬한 야외활동은 자제하도록 권고한다”며 “스케이트장을 폐쇄할 정도로 문제가 된다면 한강시민공원이나 북한산·청계산 등의 등반도 통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세먼지 주의보의 발령 기준은 시간당 평균 200㎍/㎥ 이상으로 두 시간 넘게 지속됐을 때다.

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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