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순차적 영업정지 이통사, ‘잡은 물고기’ 취급 이제는 안 하려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영업정지를 앞둔 SK텔레콤이 ‘집토끼’ 사수에 나섰다. SK텔레콤은 18개월 이상 장기 가입자가 이달 31일부터 다음 달 말까지 휴대전화 기기를 바꿀 경우(기기 변경) 27만원의 지원금을 한꺼번에 지급하는 ‘착한 기변’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28일 발표했다. 27만원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정한 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 상한선이다. 여기에 멤버십 포인트를 활용하면 1만5000~5만원까지 추가 할인도 받을 수 있다. 지원 대상은 ‘LTE62’(월 6만2000원) 또는 ‘LTE팅42’(청소년용 월 4만2000원) 이상 요금제에 가입하는 경우다. 지원 단말기는 ‘갤럭시S3’ ‘갤럭시노트2’ ‘갤럭시팝’ ‘아이폰5’ 등이다. 3월 이후 단말기를 바꾼다면 지원금은 약정 기간 동안 매달 나눠 지급된다.

 “신규·번호이동 중심의 보조금 경쟁에서 벗어나 기존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제도를 시행한다”(SK텔레콤 장동현 마케팅부문장)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지만 시작 시점이 공교롭게도 31일이다. SK텔레콤의 영업정지가 시작되는 날이다.

 지난해 말 방통위는 이동통신사의 보조금 과다 지급 등 불법 영업행위를 이유로 이통 3사에 순차적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LG유플러스는 이달 7일부터 30일까지, SK텔레콤은 이달 31일부터 다음 달 21일까지, KT는 다음 달 22일부터 3월 13일까지다. 영업정지 기간에 기존 고객이 기기를 변경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번호이동이나 신규가입은 불가능하다.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가 신규 가입자를 못 받은 7일부터 25일까지 약 11만 명의 가입자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약 5700명의 가입자가 이탈한 셈이다.

 SK텔레콤의 시장 점유율과 영업정지일수(22일)를 감안하면 영업정지 기간 20만 명에 가까운 가입자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SK텔레콤이 산토끼(신규 가입자)를 잡을 수 없게 됐으니 집토끼(기존 가입자)라도 잘 지키자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풀이한다.

 실제로 그간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기존 가입자는 ‘잡은 물고기’ 취급을 하고 혜택을 주는 데 인색했다. 번호이동 가입자를 끌어오는 데만 조 단위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SK텔레콤으로서는 집토끼 사수라는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다. 이와 함께 지난 주말부터는 LTE 무제한 요금제, 남는 데이터 선물하기, 문자메시지 서비스 ‘조인’ 무료 등 혜택도 내놨다. 영업정지에 대한 대책만 놓고 보면 SK텔레콤이 종합선물세트를 내놓은 셈이다.

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