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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택시 지원하려면 업계 비리부터 척결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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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택시기사가 받아야 할 세금환급금이 엉뚱한 곳으로 줄줄 새고 있었다. 중앙일보 탐사팀이 인천지역 60개 택시회사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택시회사는 2010년 7월부터 18개월 동안 기사들에게 줘야 할 부가가치세 환급금 100억원을 빼돌렸다. 이 돈은 택시회사가 국가에 부가가치세를 낸 뒤 택시기사 처우 개선 차원으로 돌려받은 세금감면분이다. 일부 돈은 업주들의 배를 불렸고, 일부는 노조원의 복지비로 쓰였으며, 어디로 갔는지 파악이 안 되는 돈도 있다. 인천은 물론이고 서울 등 택시가 다니는 지역에서는 어디나 이런 비리 의혹이 있다.

 심지어 택시기사들은 환급금을 구경조차 못했다고 한다. 전형적인 눈먼 돈이다. 차라리 국고에 귀속시켜 국민들을 위해 쓰이게 하는 게 나았다. 택시업체는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하는 등 전폭적인 정부 지원을 요구하지만 이처럼 관행화된 부패 구조를 정리하지 않고 어떻게 국민 세금을 쏟아부을 수 있겠는가.

 빼돌린 돈의 규모만큼이나 그 수법도 놀랍다. 일부 택시회사들은 지자체로부터 환급금을 받아낼 때 불법도급기사를 정식 기사인 양 꾸며 숫자를 부풀렸다. 환급금은 물론이고 유가보조금도 업체들이 택시기사들에게 지급하지 않고 빼돌린다고 한다. 인천시 등 지방자치단체는 각 택시회사가 제출한 환급금 집행 자료에 적힌 기사 수와 교통안전공단에 등록된 기사 수만 비교해 봤어도 비리를 감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택시회사의 감독기관은 지자체다. 그렇다면 지자체는 각 회사 소속 정식 기사 현황부터 파악하고, 부당하게 타낸 환급금 규모를 밝혀야 한다. 지난해 환급금 실태 조사를 한 인천시는 택시회사의 비협조로 불법 환금액의 일부만 찾아냈다고 한다. 업체가 이중·삼중 장부를 만들어 조사를 어렵게 한다면 사법당국에 고발해야 한다.

 택시법을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을 빚고 있지만 이 역시 택시기사들이 아니라 업자들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택시업계의 비리를 척결하고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한 예산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소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