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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경기 정부는 낙관, 시장은 의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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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경기도 평택항에서 현대·기아자동차 신차들이 지난 22일 수출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글로벌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올해 한국 경제를 예측하기가 매우 힘든 상황이다. [평택 로이터=뉴시스]

한국은행은 24일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라고 발표했다. 예상했던 것이지만, 막상 확인하고 나니 더욱 우울한 성적표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0.3%) 이후 가장 나쁜 수치일 뿐 아니라 한국은행이 잠재성장률로 꼽고 있는 3.8%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전날보다 15.93포인트(0.8%) 빠진 것은 한국 경제의 부진을 재확인한 데 따른 통증의 표현이다. 그나마 정부가 돈을 풀지 않았으면 2%대 턱걸이도 어려울 뻔했다. 김영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한국 경제가 2% 성장하는 데 정부 소비의 기여도가 0.6%포인트나 된다”고 설명했다.

 성장 부진의 첫째 원인은 투자 위축이다. 설비 투자는 전년 대비 1.8% 줄었고, 건설 투자도 1.5% 감소했다. 세계 경제 회복이 불투명했던 이유도 있고,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기업들이 몸을 사린 측면도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을 2.8%로 점치고 있다. 상반기엔 1.9%에 불과하지만, 하반기 설비 투자가 크게 늘면서 경제가 활력을 되찾아 3.5%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렇게만 되면 2년 연속 2%대 저성장이긴 해도 경기가 다시 성장 궤도로 복귀한다는 기분 좋은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는 것이다.

 경제수장들은 벌써 낙관론을 흘리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2일 “최근 경기 회복과 관련한 긍정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고, 김중수 한은 총재도 같은 날 “세계 경제가 위기에서 한 발짝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시장은 이런 긍정론에 동조하지 않고 있다. 일례로 3대 백화점의 올해 첫 세일(4~20일) 매출은 지난해보다 8.5~10.2% 감소했다.

 사실 올해 한국 경제의 안팎 상황은 산 넘어 산이다. 우선 수출의존형 한국 경제의 성장 토양이라고 할 수 있는 대외 여건이 좋지 않다. 미국의 경기회복세는 약하고, 유로존의 회복은 늦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은 연일 세계 경제 성장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환율도 걸림돌이다. 우리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과 상관관계가 큰 원-엔 환율을 보면 지난해 원화 가치는 엔화 대비 19.6%나 올랐다. 무역보험공사 조사에 따르면 우리 수출기업의 손익분기점 환율은 대기업이 100엔당 1290원, 중소기업은 1343원이다. 하지만 24일 현재 원화가치는 100엔당 1196원대다. 물건을 팔수록 손해를 보는 마지노선을 이미 넘어섰다는 얘기다.

 내수는 더 큰 근심거리다. 1000조원에 육박한 가계 부채와 부동산 침체 때문에 도무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내수와 수출이 동반 부진하면 경기는 돌파구가 없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 사이에선 획기적인 경기 대책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를 이대로 두면 일본처럼 장기 디플레로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며 “1998년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다주택자 양도세 폐지 같은 활용 가능한 카드를 총동원했던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아직 경기 부양에 미온적이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부동산의 버블이나 인구 구조 등을 따져보면 일본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경기 부양을 거론하기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결국 올해 경기 관전 포인트는 대략 세 가지인 셈이다. 첫째 세계 경기, 둘째 환율, 셋째 새 정부의 경기 대책이다. 세계 경기야 우리가 어쩔 수 없다 쳐도 경기 대책은 새 정부가 어떤 인식을 갖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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