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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소주전쟁 ‘처음처럼’ 판정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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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검찰이 롯데주류의 소주 ‘처음처럼’에 사용된 알칼리 환원수는 인체에 무해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경쟁업체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에 쓰인 물도 ‘처음처럼’과 같은 PH 농도의 알칼리수라는 결론을 내렸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검사 김석재)는 알칼리 환원수의 유해성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명예훼손 및 업무방해)로 주류업체 하이트진로 황모(57) 전무와 장모(54) 상무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4일 밝혔다. 또 알칼리 환원수를 비방하는 동영상 프로그램을 제작한 한국소비자TV 김모(32) 시사제작팀장과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터뷰한 김모(66)씨를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로써 알칼리 환원수를 둘러싼 국내 양대 소주 브랜드 ‘참이슬’과 ‘처음처럼’ 사이의 6년간 유해성 논쟁이 종지부를 찍었다.

 검찰에 따르면 황 전무 등 하이트진로 측은 2006년 2월 출시된 처음처럼이 소주시장 수도권 점유율을 15.1%까지 올리자 그해 8월 ‘참이슬fresh’를 출시하는 등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그러던 중 김모씨 등이 알칼리 환원수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주장을 하자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기로 계획했다. 하이트진로 측은 지난해 3월 회사 내에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이들은 회사 예산 6620만원을 받아 소비자TV 방송내용을 SNS에 전파하고 전단과 현수막, 물티슈 등을 만들어 뿌렸다. 전국 주점에 ‘저희 업소는 인체에 해로운 처음처럼 소주를 판매하지 않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만들어 걸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하이트진로 측은 이런 홍보활동을 회사가 주도한 사실을 숨기고 업주가 자발적으로 게시·배포한 것처럼 위장하려 했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TV 김 팀장은 지난해 3월 알칼리 환원수가 인체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의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제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처음처럼이 공무원들에게 부정한 청탁을 해 소주 제조면허를 불법 취득했다는 근거 없는 내용도 담았다. 검찰은 소비자TV와 하이트진로의 비방 개시 시점이 거의 일치하는 점을 고려해 하이트진로 측과 공모관계가 있었는지를 조사했지만 확인하지는 못했다. 검찰은 소비자TV 측이 일종의 노이즈마케팅을 통해 시사고발 프로그램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이 같은 방송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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