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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 강화는 기본 … 암·노화·비만까지 막는 초유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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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30분도 채 안 된 송아지가 어미의 초유를 먹고 있다. 출산 직후 잠시 나오는 초유는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를 막는 면역성분 덩어리다. [김수정 기자]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최고의 의사이자 치료법은 면역’이라고 말했다. 인체의 자연 치유 시스템이 바로 ‘면역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인은 공해와 스트레스·운동 부족·식생활 변화 등으로 소화기관과 기관지 이상, 만성피로증후군 등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이렇게 면역력이 떨어진 현대인에게 ‘초유’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초유는 사람뿐 아니라 젖으로 새끼를 키우는 모든 포유류에서 출산 직후 수일 동안만 만들어지는 진한 젖이다. 과거 선조는 초유를 불결하게 생각해 짜 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초유가 특유의 면역력으로 각종 질병을 막아낸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면서 새삼 주목받고 있다.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전우규 교수는 “초유는 알레르기·감기·비만·노화·암·당뇨병·동맥경화를 개선하고 위와 장 건강을 돕는다”며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청소년뿐 아니라 노년층에게도 추천할 만 하다”고 말했다.

젖소 초유 면역 성분, 사람 초유의 100배

초유는 세균·바이러스·독소 등을 막는 면역 성분(면역글로불린) 덩어리다. 게다가 뼈·근육·신경·연골을 생성하고 회복시키는 성장인자들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초유는 병균과 싸우며 철분 흡수를 돕는 락토페린, 세균을 죽이고 용해시키는 효소인 리소자임, 세포 간 정보 교환과 항바이러스 및 항암작용을 하는 사이토킨을 함유하고 있다.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림포카인, 병원균을 장내 점막에 부착하지 못하게 하는 올리고폴리사카라이드 등 각종 면역인자들도 면역 증진 효과를 낸다. 면역글로불린 중 가장 강력한 면역력을 보이는 성분은 sIgA이다. sIgA는 병원균을 만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사멸시킨다. sIgA는 젖소(1~6㎎/㎖)가 사람(9~32㎎/㎖)의 초유를 따라올 수는 없다. 하지만 면역글로불린 중 IgG는 젖소(20~200㎎/㎖)에 더 많이 들어있다. 사람(0.19~0.53㎎/㎖)보다 보통 100배 이상 많다. IgG는 sIgA만큼 병원균을 바로 죽이지는 못하지만 여러 기전을 통해 병원균이 천천히 없어지도록 돕는다.

 전 교수는 “젖소 초유가 사람 초유의 면역력을 따라올 수는 없다”며 “하지만 사람 초유는 상용화할 수 없으므로 면역력이 필요한 이들에게 젖소 초유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초유의 힘은 예로부터 입증돼 왔다. 수천 년 전 인도에서는 젖소의 초유를 질병의 치료 목적으로 사용했다. 미국에서는 설파제나 항생제가 나오기 전에 초유를 통해 항균 효과를 얻었다. 1950년대 류머티즘성 관절염 치료에 젖소 초유가 사용됐다. 62년 세이빈 박사가 소의 초유에서 항소아마비 항체를 분리해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80년대 중반부터는 소아과 의사들이 로타바이러스에 감염된 어린이들의 설사 치료에 젖소 초유를 사용했다.

독감 예방하고 당뇨병 개선 효과 탁월

초유의 질병 예방 효과는 최신 연구를 통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탈리아 다눈치오 대학 지아니벨카로 박사팀은 ‘건강인과 고위험 심혈관환자에서 독감 예방에 대한 초유와 백신 접종 비교’를 주제로 연구를 진행했다. 박사팀은 38~80세 건강한 성인 남녀 144 명과 인플루엔자 고위험군 환자 65명을 초유투여군·백신접종군·초유투여+백신접종군·무처치 대조군 등 4개 그룹으로 나눴다. 그리고 3개월간 경구 투여용 초유투여군과 항인플루엔자 백신접종군을 비교해 관찰했다. 그 결과, 초유투여군의 질병 일수가 백신접종군의 30%에 불과했다. 초유를 먹은 건강한 피험자 및 고위험 심혈관 환자 모두에게서 독감 예방 효과가 백신접종군보다 세 배 이상 높았다. 이에 대해 박사팀은 “대장균·살모넬라속균·스트렙토코커스속균·헬리코박터파일로리·칸디다속균·로터바이러스 및 기타 일반 병원체에 대항하는 항체가 초유 속에 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도 초유의 힘이 입증됐다. 농촌진흥청은 젖소 초유가 당뇨병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 8월 국제 학술지인 『영국 영양저널』에 실었다. 농진청은 젖소 초유에서 분리한 인슐린 유사성장인자 IGF-I(Insulin-like Growth Factor-I)를 당뇨병에 걸린 쥐에게 4주간 투여했다. 그러자 혈중 포도당 농도가 3분의 1가량 낮아졌다. 최초 303㎎/㎗였던 혈당이 4주 후 201㎎/㎗로 33.6%가량 떨어진 것. 혈당 조절에 필요한 혈중 인슐린 농도는 정상 쥐의 64%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당뇨로 증가된 간의 중성지방 수치는 줄었다.

 이뿐만 아니라 초유는 당뇨로 비대해진 심장·신장·간·비장 등 장기의 무게를 줄였고, 당뇨로 줄어든 체중은 늘려 정상 수준으로 회복시켰다. 농진청 기능성식품과 황경아 연구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젖소 초유의 IGF-I 성분을 이용한 당뇨병 개선 관련 식품의 개발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의 초유는 출산 직후 3~5일간 소량 나오기 때문에 갓 태어난 아기가 아니라면 ‘혜택’을 입을 수 없다. 당연히 상품화할 수도 없다. 이에 젖소 초유를 활용한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젖소 초유는 현재 영·유아용 분유나 우유·발효유·건강식품 등으로 개발돼 선보이고 있다.

 일동후디스의 ‘후디스 초유 넣은 우유’는 1A등급 원유에 초유 면역 성분(IgG, IGF 등)을 보강했다. ‘후디스 케어3’은 초유가 든 다기능 발효유로, 헬리코박터를 위한 초유 플로텍틴이 장과 위를 보호하고, 면역력을 높인다. ‘초유의 힘’은 청정 지역 초유단백 2000㎎의 성인용 건강기능식품이다. 영·유아를 위한 초유 함유 제품 ‘트루맘뉴클래스 퀸’, ‘하이키드’, ‘초유밀플러스’를 비롯한 ‘초유 넣은 베이비 우유’ 등도 시판되고 있다.

정심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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