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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보다 사색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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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의장이 16일 경기도 성남시 사무실에서 즐겨 읽었던 책들에 기댄 채 웃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인터넷 세상. 아이들이 책을 안 읽는다. 검색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더 몰두한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1년 한국 학생(초 4~고3)의 독서율은 83.8%다. 1년에 한 권이라도 책을 읽는 비율이 그렇다는 거다. 2년 연속 떨어졌다. 2009년엔 93.7%, 2010년엔 92.3%였다. 20여 년간 독서교육 지도를 해온 서울 소의초등학교 심영면(49) 교장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일찍 노출되는 아이일수록 책 읽기를 어려워한다”고 우려했다.

 김범수(47) ㈜카카오 이사회의장. ‘1세대 IT 벤처 창업가’ 성공 신화의 주인공으로 불린다. 검색포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의 공동대표였고, ‘국민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창업자다. 책을 멀리하게 하는 검색과 SNS 환경을 만든 주역 중 한 명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정작 그는 ‘검색보다 독서’를 강조하는 책 예찬론자다. 그의 성공 비결도 ‘독서’에서 찾는다.

 김 의장은 오전 7시쯤이면 어김없이 거실 겸 서재로 향한다. 매일 40분~1시간을 온전히 책 읽기에 할애한다. 이런 습관 덕에 2007년부터 읽은 책이 지금까지 2000권을 웃돈다. 정독한 책만 한 해 100~200권 정도라고 한다.

 지난 16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사옥에서 만난 김 의장은 “책이야말로 나의 멘토”라며 “독서에서 얻은 울림과 이를 통한 사색이 나를 성장시켰다”고 말했다.

 -왜 책을 읽는가.

 “독서는 굉장한 행운이다. 1~2시간만 투자해도 저자가 평생을 바쳐 얻었던 깨달음과 지식을 들을 수 있지 않은가.”

 -누구보다 스마트폰·태블릿PC에 익숙할 텐데.

 “물론 업무는 스마트폰으로 한다. 독서는 그래도 종이책으로 한다. 책장을 넘기며 밑줄 긋는 느낌이 좋다.”

 김 의장이 NHN 경영 일선에 있을 때 네이버는 통합 검색과 ‘지식인’ 등을 내놓으며 국내 1위 포털로 성장했다. 그는 그러나 “인터넷 검색은 독서를 대신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독서와 검색은 무슨 차이가 있나.

 “인터넷에 떠도는 것은 핵심적인 한두 구절일 때가 잦다. 전후 맥락을 알기 어렵다. 독서만큼 감흥이 없다. 한 권을 다 읽다가 마주친 한 구절의 울림은 엄청나다. 며칠간 사색하고 성찰할 계기를 준다. 검색으론 어려운 일이다.”

 -가장 큰 울림을 준 구절은.

 “NHN을 떠나기 직전, 미친듯이 책을 읽었다. 성공과 행복의 의미를 자문하던 때다. 그러다 ‘우리에겐 삶의 자세를 선택할 자유가 있다’(알렉스 파타코스의 『의미있게 산다는 것』)라는 구절을 만났고 결국 제 2의 인생을 시작했다.”(※2007년 7월 그는 NHN을 떠나 벤처 창업가로 복귀했고, 2010년 카카오톡을 출시했다.)

 -학생들의 독서량 감소가 심각하다. 자녀도 독서를 즐기나.

 “우리 아들(대학 1학년)·딸(고교 2)도 인터넷·스마트폰 쓰는 시간이 훨씬 많다. 그래도 아이들에게 독서를 강권하진 않는다. 대신 아침 밥상머리에서 내가 읽은 책을 요약해 들려주고 아이들의 의견을 묻곤 한다. 그러다 보면 아들·딸도 흥미를 느껴 그 책을 직접 읽기도 한다.”

 우리 국민은 독서를 하기 어려운 이유로 ‘일이 바쁘다’(33.6%), ‘책 읽기가 습관이 안 돼 있다’(33.3%) 등을 꼽는다(문화체육관광부·2012년). 정보통신(IT) 기업인 KT의 표현명 사장은 “성인은 물론이고 요즘 아이들도 책을 안 읽는다”며 “검색만 있고 사색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윤석민(언론정보학) 교수는 “단편적인 정보의 수집에 그치기 쉬운 검색과 달리 책 읽기는 체계적인 사고력을 필요로 한다”며 “독서는 스마트시대에 소홀해지기 쉬운 지적 균형을 잡는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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