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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Focus] 델 회장이 델 사면 델 살아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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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마이클 델이 자신이 설립해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델컴퓨터의 주식을 모두 사들인 뒤 상장을 폐지하려고 한다. 신속한 구조개혁을 위해서다. 사진은 델이 2011년 10월 4일 열린 한 정보기술(IT) 콘퍼런스에서 연설하는 모습이다. [샌프란시스코=블룸버그]

마이클 델(48)이 자신이 설립해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세계 메이저 PC메이커인 델컴퓨터의 주식을 전량 사들이는 작업을 시작했다. 창업자가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중에게 넘긴 주식을 다시 거둬들이는 셈이다. 그 결과는 상장 폐지다. 미국 비즈니스 역사에서도 보기 드문 사건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델과 사모펀드 등이 참여한 투자회사인 실버레이크파트너스가 델컴퓨터 지분을 주당 13~14 달러에 사들이려고 한다”고 19일(현지시간) 전했다. 그들이 사들이는 방식은 차입매수(LBO)다. 돈을 빌려 주식을 전량 사들인 뒤 그 회사 돈으로 빚을 갚아나가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델은 자신이 갖고 있는 델컴퓨터 지분 16%를 금융회사들에 담보로 내놓을 요량이다.

 델의 LBO를 위해 필요한 자금 규모는 220억~250억 달러(약 2조3000억~2조6000억원) 정도다. 한때 델컴퓨터의 시가총액은 1000억 달러를 넘나들었다. 이처럼 시가총액이 4분의 1 토막 난 까닭은 스마트 기기 열풍이다.

 델은 분신인 델컴퓨터를 되살리기 위해 창업자로선 드물게 상장폐지라는 모험을 선택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델이 지분을 다 사들여 델컴퓨터의 상장을 폐지한 뒤 외부 투자자들의 간섭을 받지 않고 빠르게 구조를 개혁할 심산”이라며 “델이 고(故) 스티브 잡스의 신화를 재연할지 아직은 미지수”라고 말했다.

 델과 잡스가 닮은 데가 있기는 하다. 잡스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복귀했듯이 델도 2004년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가 2007년 복귀했다. 두 사람 모두 회사를 되살린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잡스는 성공했다.

 반면 델은 현재까진 성공하지 못했다. 델컴퓨터 매출과 순이익이 그의 복귀 이후 계속 줄어들었다. 그가 빚을 내 경영자기업인수(MBO)를 추진하면서까지 재도약을 꾀하는 까닭이다. 델의 모험이 성공할지는 미래 비즈니스 전략에 달려 있다. 그는 PC를 제작해 소비자에게 직접 파는 기존 모델을 버릴 예정이다. 대신 IBM처럼 기업에 정보기술(IT)을 컨설팅해주는 쪽으로 회사를 개조할 예정이다.

 WSJ는 “MBO는 내부자인 경영자가 지분을 전량 사들이는 행위”라며 “이해상충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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