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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은 매장, 구입은 온라인 …‘쇼루밍족’ 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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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최형란(49)씨는 최근 8인용 식기건조기 구매를 위해 인근 유통 매장을 찾아갔다. 사고자 하는 제품의 내부 구조, 실제 크기 등을 확인한 최씨는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으로 모델명을 검색해 온라인 쇼핑몰에서 제품을 구매했다. 최씨는 “유통 매장에서는 신용카드, 포인트 등 각종 할인을 다 적용해도 20만원대였던 제품이 인터넷에서는 16만6000원이었다”며 “인터넷 제품이 매장 제품과 같은 모델인 것만 확인되면 앞으로도 고민 없이 저렴한 곳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장에서 제품을 구경한 후 저렴한 가격을 찾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쇼루밍(showroooming)’족이 늘고 있다. 품질 확인이 가능한 매장의 장점과 온라인 쇼핑의 장점인 저렴한 가격을 모두 활용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은 20일 ‘쇼루밍족이 늘고 있다’는 보고서를 통해 “온라인 쇼핑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가격 비교가 보편화되면서 쇼루밍이 전 세계적인 추세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스마트폰을 통한 가격 비교 검색 서비스 이용자(18~29세)가 2009년 15%에서 2011년 59%까지 늘었다. 한국은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 전체 소비자 중 23%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확인한 후 온라인으로 구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경운 책임연구원은 “60% 가까운 대한민국의 스마트폰 보급률과 인터넷 쇼핑몰 신뢰도 상승이 소비자들의 쇼루밍을 이끌고 있다”며 “앞으로 연령대에 관계없이 가격에 민감한 고객이 쇼루밍족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기존 유통업체는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 1위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는 쇼루밍족을 피해 가기 위해 진열 상품의 바코드를 바꿨지만 지난해 12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뉴질랜드의 경우 소매점협의회에서 “옷이나 구두를 입거나 신어보는 것에 대한 비용을 청구하겠다”고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최경운 연구위원은 “쇼루밍이 막을 수 없는 추세가 되고 있는 만큼 유통업계는 쇼루밍을 피해 가기보다는 변화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에 구애받지 않고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의 품질과 구매 방법을 제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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