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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같은 상가 월세 받으려다 … 퇴직금 날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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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경기도 수원시에 사는 심모(36)씨는 지난해 9월 경기도 동탄신도시의 오피스텔 단지내 상가 1층을 분양받았다. 분양업체가 세입자를 이미 찾아 놓은 ‘선임대 상가’라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심씨는 분양 계약을 하면서 임대차 계약서를 썼고 계약금 500만원까지 받았다. 하지만 상가가 준공되는 지난해 12월 잔금을 준다던 세입자는 한 달 전 돌연 계약을 파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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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씨는 임대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분양업체에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업체 측은 ‘이미 세입자를 한번 구해줬기 때문에 약속을 지켰다’는 반응을 보였다. 임대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치르려던 심씨는 지금까지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고 연 18%의 잔금 연체이자를 물고 있다. 심씨는 “선임대 상가라 공실 걱정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황당하다”고 말했다.

 선임대 상가라고 안심할 게 못된다. ‘가짜 세입자’를 동원한 편법 분양이 있기 때문이다. 선임대 상가는 미리 세입자를 구해 놓은 후 분양하는 상가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공실 걱정이 없고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최근 분양업체가 가짜 세입자를 내세우는 경우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가짜 세입자는 분양계약 때 임대차 계약서를 쓴 뒤 한두 달 만에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고 사라진다. 분양업체로부터 임대차 계약금과 수고비를 받고 동원된 사람들이다. 상가뉴스레이다 선종필 대표는 “미분양으로 남으면 골치아픈 수억원대 상가를 이 정도 ‘미끼’로 판다면 업체엔 득”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선임대 상가를 분양받을 때는 반드시 세입자 본인과 계약해야 한다.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권강수 이사는 “분양업체가 임대차 계약서를 대리로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며 “직접 대면해 얘기해 보면 가짜 세입자를 가려낼 가능성이 한층 커진다”고 말했다.

 계약금 비중을 높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소장은 “대개 계약금 비중은 임대보증금의 10% 정도라 계약금이 1000만원을 넘는 경우가 드물어 편법 분양이 더 쉽다”고 말했다.

 이미 준공해 세입자가 입점한 상가도 안심할 수 없다. 지난해 8월 인천의 한 근린상가 내 점포(80㎡)를 분양받은 허모(54)씨. 두 달 전 세입자가 입점해 피자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선임대 상가였다. 주변 같은 크기의 상가처럼 보증금 3000만원에 월 70만원을 받으려던 허씨는 보증금 2000만원에 월 85만원을 내겠다는 세입자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세입자가 한 달 만에 장사를 접는 바람에 이후로 상가를 계속 비워두고 있다. 허씨는 “계약 전 가게에 세 번 정도 찾아갔는데 항상 손님이 없어 의아했지만 배달 중심이라는 말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보증금을 낮춰줬다”며 “분양업체와 세입자가 사전에 입을 맞췄다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보증금 비중은 되도록 높이는 게 안전하다. 일정 시간 가게에 머무르면서 실제로 운영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세입자에게 관련 등록증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음식점의 경우 음식점 사업자등록증이 있어야 하고, 미용실이나 부동산 중개업소라면 미용사 자격증, 공인중개사 자격증 등이 있어야 한다. 분양 계약 때 임대보장 기간을 확실히 정하는 것도 좋다.

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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