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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엑스아티움 현대카드홀 뮤지컬 ‘리걸리 블론드’ 공연

중앙일보

입력

영화 ‘금발이 너무해’로 대중에게 친숙한 뮤지컬 ‘리걸리 블론드’가 3월 17일까지 코엑스아티움에서 막을 올린다. 사진은 왼쪽부터 주인공 엘 우즈 역으로 캐스팅 된 제시카, 최우리(위), 정은지의 모습이다.

 금발은 멍청하고 진지하지 못할 것이란 편견에 정면 도전하는 뮤지컬이 있다. 영화 ‘금발이 너무해’로 이미 한국 팬들에게 익숙한 뮤지컬 ‘리걸리 블론드’다. 2009년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이 작품은 초연 당시만 해도 한국인에 친숙한 ‘금발이 너무해’란 제목을 썼다. 하지만 이번 공연부터는 원작을 따라 ‘리걸리 블론드’로 바꿨다. 브로드웨이 라이선스공연이란 이미지를 내세우기 위한 기획사의 의도다. 단순히 작품 이름만 바꾼다고 명성이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한층 화려한 무대, 풍성해진 캐스팅이 관객의 구미를 당긴다.

사랑 때문에 하버드 로스쿨 들어간 금발 미녀

 주인공 엘 우즈에겐 “금발이 너무해”란 말 보다 “금발을 사랑해”란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캠퍼스 퀸카 ‘메이퀸’에, 패리스 힐튼의 친구 자리까지 차지했다. 남학생은 물론 같은 여자들에게까지 인기 만점이다. 금발을 한층 사랑스럽게 돋보이게 해 주는 분홍색 드레스에 분홍색 머리띠, 분홍색 가방, 장갑, 볼펜을 코디하는 건 물론 온 몸에서 애교가 뚝뚝 떨어진다.

 그녀를 바꾼 건 남자친구 워너의 이별통보다. “넌 모든 남자가 꿈꾸는 여자야”라는 위로에도 불구하고 귓가에 꽂힌 단 한마디. “너는 진지하지 않아”라는 말에 엘은 오기가 생긴다. 그가 원하는 진지하고 똑똑한 여자임을 증명하기 위해 워너가 다니는 하버드 법대에 입학하길 결심하는 엘. 자기소개서에 기록한 지원 동기는 오로지 사랑이다. 꽃분홍원피스를 입고 강아지 브루져와 함께 등교하는 모습은 얼핏 봐도 하버드와 부조화를 이룬다. 금발의 패셔너블한 그에게 조롱을 보내는 동기들. 엘 우즈의 좌충우돌 하버드 로스쿨 적응기가 극의 주된 재미다. 허나 무시당하는 그녀에게도 반전은 있다. 날 때부터 모범생이었다면 풀지 못했을 미궁의 사건도 그가 나서면 척척이다. 금발의 미녀로서 살아온 삶의 지혜가 의외로 사건을 해결하는 결정적 열쇠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극은 엘 우즈를 연기하는 배우가 얼마나 매력적이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 그 어떤 극보다 주인공의 역할이 큰 무대이기 때문이다. 관객이 엘 우즈의 매력을 이해하지 못하면 인터미션을 포함한 140분의 시간은 굉장히 지루한 시간이 될 수 있다. 반면 관객이 엘우즈에 폭 빠져있다면 140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다행히 이번 무대에 트리플 캐스팅 된 소녀시대 제시카, 에이핑크 정은지, 뮤지컬 배우 최우리는 엘 우즈의 모습과 닮았다. 세 배우의 조금 다른 차이는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데 일조한다.

 제시카는 지난 초연에 이어 2년 만에 다시 엘 우즈 역으로 돌아왔다. 당시 매 회 공연 유료 관객 점유율이 100%에 가까울 정도로 막강한 티켓파워를 가진 배우다. 뮤지컬이 낯선 10대들을 공연장으로 끌어들인 일등공신이었다. 여성스러우면서도 도도한 매력이 그만의 비밀병기다. 정은지가 표현하는 엘 우즈엔 천진함이 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연기했던 성시원 역의 발랄함도 묻어난다. 해맑은 그의 표정에서 부잣집 말괄량이 아가씨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최우리는 뮤지컬 배우답게 무대 장악력이 단연 돋보인다. 단독 주연으로써 혼자서 긴 극을 끌어가지만 후반부에 가서도 노래와 연기, 춤에 에너지가 넘친다. 최우리가 표현하는 엘 우즈엔 백치미가 있다. 금발 미녀라는 캐릭터와 딱 어울리는 매력이다.

 촉망 받는 로스쿨 인재이자 엘 우즈와 사랑에 빠지는 에밋 역에는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으로 뮤지컬 무대에 선 가수 팀이 캐스팅 됐다. 그는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훈남 선배다. 연극 ‘칠수와 만수’에서 주목 받은 배우 진선규 역시 같은 역으로 위트 넘치는 선배로 그려진다.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엘우즈의 전 남자친구 워너 역에는 ‘그리스’ ‘젊음의 행진’을 거쳐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로 얼굴을 알린 김산호와 뮤지컬 ‘겨울연가’ ‘왕세자 실종사건’의 김경수가 더블 캐스팅 됐다. 이 밖에도 정영주, 조유신, 최영화, 백주희, 임진아 등 실력파 뮤지컬 배우들이 조연으로 무대에 선다.

 “노노노, 언니 헤어 스타일을 결정하는 최악의 이유가 뭔 줄 알아? 바로 러브!”라는 ‘헤어지지 마’의 수석 디자이너 폴렛의 센스 있는 대사에서 여성 관객은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여자들만 공감할 뮤지컬이라는 편견은 버리자. 엘 우즈의 사랑스러운 표정과 애교 넘치는 몸짓에서 수 많은 남자들이 쓰러졌다. 이는 공연이 끝나고 극장 로비에서 연출되는 진풍경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기념 촬영을 위해 배우 전신이 실린 입간판 앞에 줄을 선 대부분은 남성 관객들이기 때문이다.

 3월 17일까지 코엑스아티움 현대카드홀에서 공연된다. VIP석 10만원, S석 8만원, A석6만원. R티켓, 인터파크, 옥션, 롯데닷컴, 예스24, 클립서비스를 통해 예매 가능하다.

<한다혜 기자 blushe@joongang.co.kr 사진 pmc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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