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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찾는 외국인에게 ‘오감·사거리’로 다가설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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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통역 전문가 최정화씨. “생테페트르 부르크의 러시아인이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할 만큼 한국 위상이 높아졌다”고 했다. [박종근 기자]

‘한국 최초 국제회의 동시 통역사’ 최정화(58) 한국외국어대 교수. 그가 통역일을 ‘등한히’ 하면서까지 지난 10년 동안 매달린 일이 있다. 한국의 참모습 알리기, 한국 이미지 높이기다.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을 통해서다. CICI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12차례 정상회의를 비롯, 2000여 차례 국제회의 프랑스어 통역을 한 최씨는 2003년 한국 여성 최초로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받았다. ‘국제회의 전문가’로 명성을 한창 날리던 그가 CICI를 설립하고 ‘문화소통 전문가’로 나선 것도 그때다.

 “2002년 인도네시아 출장 중에 한 인사가 ‘한국 사람이냐’고 물었어요. 60여 개국을 다녔지만 그런 질문을 받은 건 처음이었죠. 중국인이냐, 일본인이냐, 베트남인이냐는 물어도 한국인이냐고 묻는 사람은 없었거든요.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가웠습니다.”

 최씨는 그때부터 ‘한국을 내가 나서서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마침 제2차 북핵위기가 불거졌을 때다. 국제사회 시선이 한반도에 쏠렸다. “어찌됐든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적기라고 생각했죠.”

 그는 스스로를 ‘머릿 속에 뭔가 떠오르면 3초 후 시작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듬해 CICI를 세우고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 이미지 조사부터 시작했다. 2005년엔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공을 세운 사람·단체에게 디딤돌상, 징검다리상, 주춧돌상을 수여했다. 지금까지 이어지는 일이다.

2006년엔 주한 외국 대사나 최고경영자(CEO)·임원 등 오피니언 리더들을 대상으로 ‘코리아 CQ(문화지수) 포럼’을 시작했다. 봄·가을 각 10주 코스로 한국의 자연과 문화, 풍습을 이야기하는 자리다. G20 정상회담이 열린 2010년 ‘C20 서밋’을 개최했다. 프랑스의 석학 기소르망 등 세계적인 문화계 명사들을 한국으로 초청했다. C20는 이후 ‘문화소통 포럼’으로 명칭을 바꿔 올 가을 4회째를 맞는다.

 “2011년까지만 해도 한국이라면 ‘분단국가’나 ‘한국전쟁’을 떠올렸어요. 지난해 조사에선 삼성·LG 등 대기업과 한류를 먼저 떠올립니다. K팝과 드라마는 한국을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나라’라는 이미지로 만들었어요.”

 박근혜 당선인의 등장도 한국 이미지 제고에 기여했다는 게 최씨의 평가다. 그는 “대선 직후 오랫동안 연락이 없던 외국의 지인들까지 ‘한국처럼 수직적인 문화를 가진 나라에서 여성대통령이 나왔다니 놀랍다’는 내용의 e-메일을 보내왔다”며 “여성대통령의 당선으로 개방적인 나라라는 이미지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요즘 그는 또다른 일을 추진 중이다. 프랑스인 남편 디디에 벨투와즈(58)과 함께 ‘5·4협회’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오감으로 한국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5’는 ‘오감’, ‘4’는 ‘먹거리·볼거리·즐길거리·화젯거리’를 뜻한다. 호텔과 레스토랑, 박물관, 문화 시설 운영자들로 협회를 구성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수준별 맞춤형 오감 만족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15일 열리는 CICI 10주년 행사에서 최씨는 가수 싸이에게 올해 디딤돌상을, 싸이 등 K팝을 세계에 알리는 데 도움을 준 유튜브에게 징검다리상을 수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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