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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상 애니 후보 오른 이민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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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친구들이랑 마음 졸이며 기다리다가 후보 발표 소식을 듣고 기뻐서 날뛰었어요. 믿기지 않아요.”

 ‘아담과 개’(Adam and Dog)로 제85회 아카데미상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오른 재미교포 이민규(27·사진)씨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두 살 때 미국으로 이주한 그는 초등학교 2학년 무렵 한국으로 돌아와 중학교를 마친후 다시 도미, 명문 미술대학인 캘리포니아 인스티튜트 오브 아츠를 나왔다. 현재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캐릭터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아담과 개’는 지난해 제39회 애니 어워즈에서 단편 애니메이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인이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건 이번이 두 번째다. 2005년 호주에 사는 박세종씨가 단편 ‘축! 생일’로 이번처럼 단편 애니메이션 후보에 오른 적 있다.

 - 소감이 어떤가.

 “친구 집에 모여 뜬눈으로 후보 발표를 기다렸다. 막상 내 이름을 보니 실감이 나지 않아 보고 또 봤다.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소파 위를 껑충껑충 뛰며 그 순간을 즐겼다. 조건 없이, 작품 제작에 힘을 보태 준 친구들이 고맙다. 디즈니에서 작업한 ‘주먹왕 랄프’도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로 지명돼 더욱 자랑스럽다.”

아카데미상 단편 애니 부문 후보에 오른 이민규씨의 ‘아담과 개’(Adam and Dog) 포스터. 인간과 개가 친밀한 사이가 된 배경을 천지창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아담과 개’는 어떤 영화인가.

 “인류 역사상 최초의 개 이야기다. 인간과 개가 친밀하고 각별한 사이가 될 수 있었던 배경을 천지창조 시대로 거슬로 올라가 상상한 내용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우연히 읽게 된 ‘개의 기원’이란 기사가 영감을 줬다. 학부를 졸업하고 2009년 대학원에서 연출 공부를 하다 사정상 한 학기 만에 그만뒀다. 그 당시 워크숍에서 처음 시작했던 스토리를 조금씩 발전시켜 2011년 완성했다.”

 -‘아담과 개’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영화사의 자본 없이 철저히 개인 프로젝트로 만든 작품이다. 컴퓨터가 아닌 핸드 드로잉(손그림)으로 완성했다는 점이 특별하다. 빠르고 시끄러운 근래의 많은 애니메이션들과 달리 캐릭터 연기와 의미있는 순간들에 주목해 시적인 느낌을 주려 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은 듯 하다.”

 - 예술적 영향을 준 사람이 있다면.

 “어머니(대구미술관 김선희 관장)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내 예술적 재능이 온전히 유전이라고들 말한다. 한국, 일본, 중국을 오가며 큐레이터이자 예술감독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어머니를 보며 어려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 앞으로의 계획은.

 “애니메이션 아티스트로만, 디즈니 소속으로만 머물고 싶은 생각은 없다. 작가이자 감독으로서도 욕심이 많다. 준비 중인 TV쇼도 있고, 극영화 각본도 집필하고 있다. 더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며 좋은 작품을 계속 만들어내는 게 꿈이다.”

로스앤젤레스=LA중앙일보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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