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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울국제하프마라톤 이모저모] 이색 참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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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세번째 출발.

4일 오전 10시 출발 포성과 함께 중앙일보 서울 하프마라톤 참가자들이 내지른 거대한 함성은 다소 쌀쌀하던 잠실벌을 뜨거운 마라톤 열기로 가득채웠다. 3회대회임에도 불구하고 2만6천여명이 참가, 국내 최대 규모를 기록한 이번 대회는 서울 마라톤이 한국을 대표하는 달리기 축제로 자리잡았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마라토너들은 5㎞에 7천7백27명, 10㎞에 9천8백명, 하프에 9천42명이 참가, 모두 32만7천여㎞를 달렸다. 참가자들이 힘을 합쳐 지구 둘레를 8바퀴 이상 달린 셈이며 지구와 달의 거리 (38만㎞) 와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송파구는 서울 마라톤대회에 맞춰 코스 곳곳에 풍물패, 브라스밴드 등의 연주를 곁들인 송파거리문화축제를 열어 시민들의 건강한 축제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대학생.고등학생 자원봉사자 2천6백여명이 곳곳에서 코스를 안내하고 물스폰지를 제공하면서 마라토너들의 거대한 물결을 인도했다. 수서.송파 경찰서 경찰은 새벽부터 코스에 투입돼 구간별 원할한 교통통제로 마라토너가 안전하게 뛰고 차량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

○…사랑의 자선 마라톤을 뛴 단체들이 눈에 띄였다. 한국전력 중부지점 직원 1백5명은 1㎞에 2천원씩 모두 1백58만원을 모아 아프리카 어린이를 위한 성금을 모았다. 삼성 SDS직원 4백58명도 1m당 1원씩을 직접 적립하고 참가자들이 같은 금액을 내는 후원자도 마련해 모두 4천4백여만원을 마련해 백혈병 어린이를 위한 성금으로 내놓았다.

○…가족 참가자들도 유난히 많았다. 이윤희 (44.국진컴퓨터 대표).최기내 (43) 부부는 딸 설악 (11) 양과 함께 생후 5개월된 금강군의 유모차를 밀고 10㎞를 완주했다. 李씨는 "3년전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건강이 좋아져 뒤늦게 늦동이를 얻었으며, 부인은 아이를 임신한 사실도 모른채 지난해 대회등 두차례 마라톤에 참가했다" 고 말했다. 금강군은 대회 최연소 참가자. 설악양은 "지난해 서울마라톤 하프에서 초등학생 부문 1위를 차지했으나 산후조리중인 어머니의 페이스를 조절해주려 가볍게 10㎞에 뛰었다" 고 말했다.

▶ 이색참가자

○…학부 깃발을 흔들며 상명대 사회체육학부 학생 1백12명 전원이 하프코스를 완주했다. 학부가 신설된지 올해로 4년째. 최상급생인 4학년이 탄생한 것을 자축하는 큰 행사였다.

3학년 김기현 (21) 씨는 "현재 학교를 다니는 1학년 후배들부터 4학년 선배들까지 모두 참석했다" 며 "이보다 더 좋은 단합대회는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화곡중학교 3년생 46명이 10㎞에, 교사 박신수 (朴臣洙.36) 씨가 하프 코스에 도전했다. 朴씨는 지난 3월 참가 희망학생들을 모집, 8개월여 동안 주3일 교내에서 달리기 훈련을 했다. 관악산.북한산 등반 대회, 성산대교부터 동작대교까지 10㎞코스 등 실전같은 연습도 여러번 가졌다. 朴씨는 "목표를 세운 뒤 힘들여 노력해 결승점을 통과할 때의 성취감을 가르쳐주고 싶어 참가를 독려했다" 고 말했다.

○…장애인들의 참가도 부쩍 늘었다. 6.25때 박격포 파편에 오른쪽 다리가 불구가 된 차춘성 (73) 옹은 목발에 의지해 5㎞를 완주했으며 휠체어를 타고 달리는 장애인 마라토너들도 코스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1급장애인인 김영복 (36) 씨는 하프마라톤 코스를 완주하는 저력을 보였다. 김씨는 "앞으로 더욱 많은 장애인들이 서울마라톤에 참가해 선진국처럼 장애인들도 훌륭한 스포츠인 마라톤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고 말했다.

○…이무영 (李茂永) 경찰청장과 최기문 (崔圻文) 경찰청 차장.서성근 (徐聖根) 경찰청 수사국장 등 경찰 고위 간부들도 대회에 대거 참가했다. 경찰청 마라톤 동호회 소속 경찰관 40명도 함께 달렸다.

특히 崔차장은 부인 (이호성.47) 과 함께 출전, 崔차장이 하프코스를, 李씨가 10㎞ 코스를 완주하며 건각을 과시했다. 李씨는 "대회 참가를 위해 두달남짓 남편과 함께 한강 둔치를 달렸다" 면서 "내년엔 하프 코스에 도전하겠다" 고 말했다.

○… "때론 골프보다 마라톤이 좋다" .인터넷 골프웹진 골프스카이닷컴사의 골프동호회원 30여명이 이번 중앙마라톤하프코스에 참가하며 내건 구호. 김흥구 (47) 대표는 "골프를 위해 하체 단련으로 시작한 달리기 실력이 골프실력보다 훨씬 좋아졌다" 며 "회사 자체적으로 1등에겐 1백원만원대 스포츠클럽회원권을 완주하지 못한 직원은 벌금 5만원씩을 내기로 했다" 고.

○…유종근 전북 도지사 등 전북도청마라톤동호회원 1백여명은 이번 중앙마라톤을 전북도청의 동계올림픽 홍보기회로 삼기도. 이들은 단체로 맞춘 붉은 유니폼을 입고 대열을 지어 "동계올림픽을 무주.전주에서" 란 붉은 깃발을 흔들며 마라톤 하프코스내내 달리기보단 자신들의 지방자치단체의 동계올림픽 홍보에만 열을 올리기도 했다.

▶ 자원봉사자

○…아바.웁스.펀스포츠.올팍리스트.IISAICP 등 서울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5개 인라인 스케이트 동호회 회원 50명은 대회 참가자 사이를 누비며 다리 경련 등 간단한 부상을 당한 참가자들에게 응급처치를 하며 행사를 도왔다.

올팍리스트 양희창 (30.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박사과정) 대표는 "인라인스케이트도 선수급은 시속 40㎞까지 낼 수 있다" 며 "동호회원들이 이번 마라톤을 봉사의 기회로 삼기로 했다" 고.

김상훈 (32) 씨는 "자전거에 비해 접근성이 뛰어나면서도 참가자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아 마라톤 자원봉사로는 안성맞춤" 이라고 말했다.

○… "아저씨 화이팅.언니 힘내세요" .마라톤코스 중간중간 급수대에는 성균관대.잠실고.창덕.영파.잠실여고 등 고교생.대학생 자원봉사자 1천여명이 선수들에게 물을 나눠주며 응원에 열을 올렸다.

아버지 김윤현 (47) 씨가 직장 마라톤동호회에서 하프코스를 출전한 김정화 (16.창덕여1) 양은 하프코스 반환지점 급수대에서 자원봉사를 맡아 부녀가 중앙마라톤에 참여하기도.

김양은 "대여섯명의 반친구들을 졸라 아버지응원을 할 겸 함께 나왔어요" 라며 "땀을 뻘뻘 흘리며 앞만 보고 뛰는 선수들을 보니 저절로 '화이팅' 소리가 나온다"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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