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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 쿠르드 여전사 파리서 피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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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사키네 칸시즈

터키로부터 분리 독립을 요구하며 무장 투쟁을 벌이는 쿠르드노동당(PKK) 소속 여성 활동가 3명이 프랑스 파리 한복판의 사무실에서 처참하게 살해됐다. 희생자 중에는 PKK 창당 멤버가 포함돼 있어 사건의 배후를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10일 오전 2시(현지시간) 파리 10구의 이민자 밀집지역에 있는 쿠르드정보센터 사무실 안에서 사키네 칸시즈와 두 명의 여성이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 현장을 방문한 마뉘엘 발 프랑스 내무장관은 계획된 암살이라고 규정했다. 총상 부위 등을 봤을 때 처형식으로 살해된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전했다.

  칸시즈는 전설적인 쿠르드족 여전사로 꼽힌다. 1984년 쿠르드 지도자 압둘라 오잘란과 함께 PKK 창립을 주도했다. 무장 분리 독립 운동으로 터키에서 체포돼 12년간 수감되기도 했다. 2007년부터 파리에 머물며 유럽에서 자금을 조달해 쿠르드족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위한 지하운동을 펼쳐 왔다.

 센터 앞에는 쿠르드족 수백 명이 몰려와 터키 비밀요원들이 저지른 짓이라며 규탄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이번 사건 뒤에 PKK의 내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FP통신은 “터키 정부와 수감 중인 오잘란이 평화협상을 재개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직후 오잘란의 측근인 칸시즈가 살해된 것은 터키와의 어떤 협상도 거부하는 PKK 내 강경파가 벌인 일이라는 추정도 가능하게 한다”고 보도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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