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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역 독감, 회복세 경제도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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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회복 흐름을 보이는 미국 경제가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독감(인플루엔자) 사태다. AP와 로이터통신 등은 10일(현지시간) “42개 주에서 독감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사망자 보고도 이어졌다. 미국 질병통제본부(CIC)에 따르면 이날 미네소타주에서 23명이 숨졌다. 펜실베이니아에선 22명, 매사추세츠 18명, 뉴욕 9명, 오클라호마 8명, 일리노이 6명 등이 독감으로 사망했다.

 매사추세츠주는 10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주지사인 토머스 메니노는 “지금까지 우리 주의 최악 독감 사태는 2008년이었다”며 “하지만 올해는 그때보다 세 배나 심각하다”고 말했다. 현재 나돌고 있는 독감 바이러스는 세 종류다. H3N2와 H1N1, 인플루엔자B형 등이다. CIC는 홈페이지를 통해 “가장 많은 감염을 일으킨 바이러스는 H3N2”라고 밝혔다.

 미 경제전문 채널인 CNBC는 “기업과 학교에 빈자리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기업 경영자들이 독감 후폭풍을 막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식업체인 베니건스는 전 매장에 황색 경보를 발령했다. 워싱턴주 지방은행인 웨스트뱅크는 회사 돈을 들여 전 직원들에게 독감 백신을 놓아줬다.

 경험에 비춰 기업들의 대응이 호들갑은 아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독감이 심했던 해 직원 결근율이 평년보다 32% 정도 높았다. 독감이 심했던 2008년 미 기업의 노동력 손실은 330만 명에 달했다. 그 바람에 기업들이 치른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기업들은 독감 때문에 연평균 104억 달러(약 10조9200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봤다. 여기엔 생산성 하락 등 간접 손실은 들어있지 않다. 올해 기업 피해 규모는 평균치를 한참 웃돌 전망이다.

 CIC는 “올해 독감이 최근 10년 새 가장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이미 높은(High) 단계를 지나 맹렬(Intense) 수준에 이르고 있다. 다음 단계는 창궐(Epidemic)이다. 사정이 이쯤 되자 최악의 상황을 경고하는 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미 노스우드대 티머시 내시 교수는 10일 CNBC와 인터뷰에서 “1918년 스페인 독감 때문에 미국인 3만6000명이 숨졌다”며 “이번 사태가 그 정도일지 아직 판단하긴 어렵지만 창궐 단계 이상이면 국내총생산(GDP)의 1%를 까먹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GDP 1%는 1500억 달러 정도다. 미 독감 피해 평균치보다 약 15배 많은 규모다.

 실제 중증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 창궐한 2002년 겨울 홍콩과 중국의 피해 규모가 당시 GDP의 1% 정도였다. 전염이 두려워 백화점과 대형 유통업체에 고객의 발길이 끊기고 외국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경제가 활력을 잃었다. 베니건스 최고경영자(CEO)인 폴 맨지아멜은 “현재 미 경제는 되살아나고 있기는 하지만 재정위기와 허리케인 사태로 여전히 어렵다”며 “이런 때 독감이 창궐하면 경제가 일격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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