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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구단 KT, 통 큰 베팅 통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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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프로야구 돔구장 시대 열린다 KT가 2020년께 5000억원을 들여 돔구장을 건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로써 한국 프로야구도 숙원인 돔구장을 갖게 됐다. 사진은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열린 일본 도쿄돔 내부 전경. [중앙포토]

경기도 수원시와 손잡은 KT가 프로야구 제10구단의 주인공으로 사실상 결정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1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이사회를 열어 10구단 창단 평가위원 22명이 작성한 평가 결과를 보고받았다. KBO 이사회는 부영·전북보다 KT·수원에 더 높은 점수를 준 평가위원회의 채점 결과를 받아들여 구단주 모임인 총회에 승인을 요청했다. 총회는 수원·KT의 손을 들어준 이사회의 의결을 그대로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KT는 2014년 2군리그, 2015년에 1군리그에 참여할 수 있다. 하루 다섯 경기가 열리는 ‘프로야구 10구단 시대’는 2015년 시작된다.

 KT의 승리는 돔구장 건립, 독립리그 지원, 그리고 야구발전기금 200억원이라는 세 가지 약속이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KT는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전북·부영을 앞서는 경쟁력을 강조했고, 평가위원회와 KBO 이사회를 설득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KT가 야구발전기금으로 내놓기로 한 200억원이 화제가 됐다. 2년 전 제9구단 창단 승인을 받은 NC는 20억원을 냈다. NC가 단독 후보로 회원 가입을 한 것과 달리 KT는 부영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바람에 베팅 액수가 크게 높아졌다. 부영은 80억원을 적어냈다.

 재계 순위 15위의 KT그룹(자산규모 32조원)은 30위 부영그룹(12조 5000억원)을 ‘머니 게임’에서 압도했다. 이사회 직전까지 부영은 KT의 자금력을 의식해 “30년 이상 프로야구단을 운영할 자신이 있다. 10구단을 유치하면 전북 아마야구를 위해 1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공세를 폈다. 그러나 양측이 공개한 실제 운영계획에서 부영은 KT를 당하지 못했다.

 주요 평가요소였던 인프라 항목에서도 KT는 수원과 함께 큰 스케일을 과시했다. KT·수원은 4일 수원구장 증축식을 열었다. 총 290억원을 투입해 2014년부터 사용이 가능한 구장으로 리모델링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1만4465석 규모의 관람석이 2만5000석으로 늘어난다.

 그뿐 아니라 KT는 “2020년께 서수원권 33만㎡ 부지에 5000억원가량을 들여 4만 석 규모의 돔구장을 건립하겠다”고 약속했다. KT보다 재계 순위가 높은 기업이 운영하는 구단도 지금까지 투자하지 못한 규모다. 부영·전북은 1100억원을 들여 새 구장을 짓겠다고 발표했지만 야구인들의 숙원인 돔구장 건립을 당해낼 수 없었다. 독립리그 운영 계획도 평가위원회로부터 가점을 받았다. KT·수원은 “실업야구단 5개 팀을 우선 창단한 뒤 현재 운영 중인 고양 원더스를 포함해 독립리그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도 연 30억원 정도의 예산이 들어간다.

 결국 규모의 싸움에서 KT·수원이 이겼다. 이해관계가 얽혀 KT를 경계했던 일부 구단들도 KT를 높게 평가한 평가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했다. 양해영(52) KBO 사무총장은 “평가위원회가 프로야구를 산업적으로 접근한 KT를 더 높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전북도 “상대의 자본·물량 공세에 당락이 결정됐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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