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女 "단속 때 옷도 못입고 끌려가…"

중앙일보

입력 2013.01.11 00:46

업데이트 2013.01.1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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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0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인근에 위치한 집창촌(속칭 ‘청량리588’) 거리는 한산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곳 성매매업소 두 집 중 한 곳은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서울의 대표적 집창촌인 ‘미아리 텍사스’에서 한 남성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골목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후 경찰의 단속이 집중돼 사실상 와해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일부 성매매업소가 성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종택 기자]▷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불이 켜져 있으나 인기척이 없는 곳도 많았다. 기자가 문을 연 업소들 앞을 지나가자 성매매 여성들이 호객행위를 벌였다. 전날인 9일 서울북부지법 오원찬(38) 판사가 자발적 성매매 여성을 처벌토록 규정한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특별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한 소식이 알려졌음에도 평소와 달라진 것은 없어 보였다. 이곳의 한 업소에서 법원에 위헌심판 제청을 신청한 김모(41·여)씨를 만났다.

김씨는 지난해 7월 7일 13만원을 받고 성매매를 한 혐의로 붙잡혀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신청 이유에 대해 그는 “지난해 7월 단속 때 경찰들이 무작정 방에 들어와 옷도 입히지 않은 채 잡아갔다”며 “성매매가 안 좋은 일이란 것은 알지만 모욕적이며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성매매 여성들의 생계는 어떻게 할 거냐는 생각도 했다고 한다. 김씨는 “생계 때문에 자살하거나 해외로 나간 성매매 여성도 적지 않다”고 했다. 김씨는 “이 일은 먹고살고자 하는 것이지 사치하려고 하는 게 아니다” 라고 말했다.

 법원이 위헌심판을 제청한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행위 근절을 목적으로 2004년 9월 제정됐다. 시행한 지 8년4개월이 흘렀지만 법의 실효성을 두고선 논란이 계속돼 왔다.

특별법 시행 후 전국의 집창촌은 감소했다. 2008년 31곳에서 지난해 25곳으로 줄었다. 하지만 여성가족부가 서울대 여성연구소에 의뢰한 ‘2010 성매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집창촌에서 이뤄지는 성매매 거래는 전체 시장 규모(6조8604억원)의 7%(5765억원)에 불과하다. 국내 성매매시장의 대부분이 룸살롱·퇴폐안마업소 등 유흥업소와 변종 성매매업소에서 이뤄지고 있다. 주택가와 도심에 위치한 오피스텔에서 예약제로 운영되는 ‘오피방·휴게텔’ 등 음성적 성매매업소가 성업 중이다. 이로 인해 적발되는 성매매사범은 줄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0년 3만1247명에서 지난해는 2만1123명으로 감소했다.

경찰은 단속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서울시내 경찰서 생활안전과 관계자는 “다양한 변종업소가 수시로 생기고 있다”며 “단속해도 범죄 입증이 어렵고 처벌 수위도 세지 않아 재범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성매매특별법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린다. 폐지를 주장하는 쪽에선 “헌법에 규정된 자기결정권을 근거로 성적 자기결정권도 보장돼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위헌 제청한 오 판사의 논리도 이와 비슷하다. 하지만 명지대 이종훈(법학) 교수는 “헌법은 공공복리에 의해 필요한 경우 개인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며 “성매매특별법으로 얻어지는 공공복리가 크기 때문에 위헌이 아니다”고 말했다. 성매매특별법을 발의했던 조배숙(57·변호사) 전 의원은 “성(性)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인격권이기 때문에 자발적인 성매매라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며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성매매 금지원칙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박선영(49)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센터장도 “성적 자기결정권을 이유로 자발적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지 않으면 성 구매를 한 남성과 업주 처벌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적 해석보다 사회적 선택이 우선이란 견해도 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이효원 교수는 “성에 대한 의식은 개인·사회마다 다를 수 있다”며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앞으로 180일 안에 성매매특별법의 위헌 여부를 가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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