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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G, 구제금융 193조원 받고 살아나자 ‘딴소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심보냐!” 미국 여론이 월가 보험사 AIG에 뿔났다. AIG는 2000년대 후반 부동산 담보대출 채권에 대거 투자했다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터지자 파산 위기에 몰렸다. 미 정부는 초대형 보험사 파산이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을 우려해 1820억 달러(약 193조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대줘 AIG를 살렸다. 이후 AIG는 빚을 모두 갚고 최근 “미국에 감사한다”는 TV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돌연 AIG가 2008년 구제금융 조건이 부당했다며 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하고 나섰다. 애초 소송은 AIG 전 회장인 모리스 그린버그가 제기했다. 그린버그는 “미 정부가 AIG에 구제금융을 대주면서 14.5%라는 초고금리를 물린 건 고리대금이나 마찬가지였다”며 “침해당한 AIG 주주의 손실을 보상하라”고 주장했다. AIG가 이 안건을 검토하지 않는 건 배임 행위라는 그린버그의 압박에 AIG 이사회는 9일(현지시간) 이를 정식 논의키로 했다.

 AIG 로버트 벤모슈 최고경영자(CEO)는 “AIG 지분을 12%나 소유한 그린버그의 스타인터내셔널의 요구를 이사회가 묵살할 수는 없는 만큼 수주 내로 그린버그 소송에 참여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당시 구제금융을 대준 뉴욕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만약 2008년 정부가 구제금융을 대주지 않았다면 AIG는 파산할 수밖에 없었고 기존 주주 지분은 자동으로 전액 감자당했을 것”이라며 “이제 와 주주가 본 손실을 보상하라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맞받았다.

 뉴욕 연준에서 AIG 구제를 담당했던 바니 프랭크는 “누구도 AIG에 구제금융을 받으라고 강요하지 않았고 AIG도 정부 조치를 반겼다”며 “이제 와 손해배상 소송 운운하는 것은 도움의 손길을 무는 배은망덕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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