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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에 '채찍' 들었던 朴, 비공개 면담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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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2월 2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을 방문해 기념촬영을 마친 뒤 허창수 전경련 회장(가운데)으로부터 『미리 가 본 대한민국-비전 2030』 책을 선물받고 있다. 오른쪽은 구본무 LG그룹 회장. [국회사진기자단]

LG그룹이 2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주요 대기업들이 대대적인 투자 의사를 밝히면서 박근혜 당선인의 대기업 정책이 약효를 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박 당선인은 대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채찍’과 함께 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정부의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당근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박 당선인의 대기업 정책관이 드러난 게 지난해 12월 26일의 대통령 당선인과 전경련 회장단의 회동이다. 당시 박 당선인은 오프닝 발언에서 “대기업이 성장하기까지는 많은 국민의 뒷받침과 희생이 있었고 국가의 지원도 받았기 때문에 국민기업의 성격도 크다. 대기업도 좀 변화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의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부터 할 게 아니라 어렵더라도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나서줄 것을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또 과도한 부동산 매입 자제도 요청했다.

 이렇게 대기업에 ‘채찍’을 들었던 박 당선인은 이어진 비공개 면담에선 ‘당근’도 제시했다. 당시 박 당선인은 대기업 총수들에게 “분야별로 경쟁력이 있지만 일시적인 어려움이 있는 기업의 경우 대기업이라도 국가가 지원해서 어려운 순간을 벗어나 경쟁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는 국가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강덕수 STX 회장이 “한국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분야 중 일시적인 자금 경색으로 인해 경영 어려움을 겪는 쪽에 금융 지원을 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해달라”는 건의를 하면서 장내 분위기가 미묘해졌는데, 박 당선인의 지원 약속이 나오자 긴장했던 총수들의 표정이 풀렸다고 한다. 박 당선인은 또 “대기업이 새 성장동력을 발굴하거나 해외 시장 개척이나 해외 일자리를 확충할 때는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날 전경련 방문 일정을 앞두고 박 당선인 진영에선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일부 참모가 “당선된 지 얼마 안 돼 전경련을 찾아가면 민생 행보 이미지가 헝클어질 수 있다”며 만류했다. 하지만 박 당선인은 “대기업 챙기는 것도 서민경제 챙기는 거예요”라며 일정을 그대로 진행했다고 한다.

  박 당선인은 지난해 대선 막판 때 판세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기존 순환출자분까지 해소하도록 하자는 김종인 행복추진위원장의 제안을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당선인의 한 경제 참모는 “당선인이 ‘경제민주화를 포기했다’는 야당의 공격을 감수하면서까지 순환출자 문제의 원칙을 지켰던 의미를 재계가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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