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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녀 둔 '워킹맘' 이혜진, 朴이 선택한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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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혜진 인수위 법질서·사회안전분과 간사가 8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6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범 기념촬영 때 박근혜 당선인이 직접 손을 끌어 자신의 왼쪽에 세운 이혜진(51) 법질서·사회안전분과 간사. 검경 수사권 조정과 대검 중수부 폐지 같은 쟁점 현안에 대한 결론이 그의 손에 달려 있다. 새누리당에서조차 “이혜진이 누구냐”는 반응이 나올 만큼 중앙무대엔 무명인 이 간사가 어떻게 중책을 맡게 됐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이 간사도 “박 당선인과는 전혀 모르는 사이로, 인선 결과도 문자메시지로 통보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박 당선인이 3일 오후 9시 김용준 인수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 간사의 이름을 불러준 뒤 법조계에서의 평판을 물어본 것을 감안하면, 박 당선인이 이 간사를 평소부터 눈여겨 봐둔 것도 아닌 듯하다. 결국 누군가의 추천을 받았다는 뜻이다.

조무제

인수위 주변에선 조무제 전 대법관이 천거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는 지난해 1월 4·11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등 새누리당과 인연이 있다. 조 전 대법관은 이 간사가 재직하고 있는 동아대 로스쿨 석좌교수이며, 이 간사의 남편 구남수 부산지법 수석부장판사도 조 전 대법관과 부산지법에서 같이 근무했다. 부산이 지역구인 서병수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직간접적으로 인선에 관여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서 총장은 “김용준 위원장이 이 간사의 평판에 대해 확인했다는 정도만 안다”고 부인했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인수위원들도 이 간사와 박 당선인의 인연에 대해 궁금해 물어봤는데 아무런 인연이 없다더라”며 “‘딜러스 초이스’(dealer’s choice) 아니겠느냐”고 했다. 누가 추천을 했건 박 당선인의 선택이란 얘기다.

박 당선인이 일면식도 없던 이 간사를 낙점한 건 지역과 여성을 동시에 배려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현재 26명의 인수위원 가운데 부산 출신은 이 간사가 유일하고, 여성은 김현숙 여성문화분과위원을 포함해 두 명뿐이다.

 민법이 전공인 이 간사가 검찰·경찰 인맥과 거리가 멀다는 데 오히려 점수를 줬다고 한다. 박 당선인의 한 측근은 “검찰이나 법원 출신을 이 간사의 자리에 세우면 경찰이 반발할 수도 있고, 객관적인 검찰개혁안을 만들 수 없다고 본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검찰과 경찰 일부에선 박 당선인이 직접 법질서·사회안전 분야를 챙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인선이라고 평가한다. 인수위에선 실무 차원에서의 논의만 하고, 정부 공식 출범 후 대검 중수부 폐지 여부 등을 매조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간사가 세 자녀를 키우고 있는 ‘워킹 맘’이란 점도 박 당선인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분석이 있다. 또 다른 측근 인사는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병행한 이 간사의 억척스러움을 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 이 간사와 함께 일한 이들은 “과묵한 타입”(새누리당 유기준 의원)이라고 평한다. 이 간사는 2006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당시 한나라당 부산시당에서 여성 공천심사위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다. 이때 함께 활동한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과 문광희 동의대 교수는 “별 말 없이 맡은 일을 잘 처리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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