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푸·세 공약서 ‘줄’은 포기, 인수위서 10조 추경 논의해야”

중앙일보

입력 2013.01.09 00:16

업데이트 2013.01.21 10:31

지면보기

경제 02면

중앙일보·하나금융 주최 금융포럼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서강대 명예교수)은 8일 새 정부의 부자 증세에 대해 “결국 여유 있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더 걷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 멘토인 김광두(66·서강대 명예교수) 국가미래연구원장은 8일 “새로운 시대 흐름에서 감세는 맞지 않다”며 “(재정 사정이 어려우면) 여유 있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더 걷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날 하나금융경영연구소와 중앙일보 경제연구소가 공동주최한 금융포럼 직후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증세, 추경편성, 잠재성장률 제고 등 거시경제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박 당선인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을 설립한 김 원장은 인수위원회에 합류하진 않았지만 박 당선인의 경제 구상 밑그림을 짠 최측근 경제참모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새 정부의 경제 정책은 인수위나 새로운 내각에서 수립하는 것”이라며 “어디까지나 경제전문가로서의 개인 의견”이라며 인터뷰에 응했다.

 -박 당선인이 2007년 내놓은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는 유지되는 건가.

 “‘줄(세금감면)’은 포기했다. 세금은 경제상황과 시대 요구에 따라 덜 걷을 수도 있고 더 걷을 수도 있다. 노무현 정부까지는 전 세계적으로 세금을 내리는 추세였고 그걸 이어받아서 이명박 정부도 세금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복지를 더 늘려야 하는 쪽으로 흐름이 바뀌면서 세금을 더 줄일 수 없게 됐다.”

 -보편적인 증세인지, 부자 증세인지 궁금증이 많다.

 “당선인은 공약에서 세출절감과 탈세·탈루되는 세원 확보를 통해 증세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하면 결국 세금을 더 걷을 수밖에 없지 않겠나. 이미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을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춘 것은 여유 있는 사람들이 세금을 더 내라는 의미 아닌가.”

 -결국 부자 증세인가.

 “그런 추세로 갈 수밖에 없지 않겠나. 돈 없는 사람한테 어떻게 세금을 더 걷나. 다만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완화는 금융 분야의 일이고, 부자 증세가 전반적으로 시작됐다고 볼수는 없다. 당선인은 (증세와 관련해) 국민과 협의한다고 했다.”

 -경기부양을 위해 10조원의 경기부양용 추가경정 예산 편성을 주장했는데.

 “일본의 경기침체 20년 과정을 보면 경기대책 시기를 항상 놓쳤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논의하면 너무 늦다. 인수위에서 추경 편성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화 가치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데.

 "환율 문제는 어느 정부나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다. 다만 핫머니 규제장치는 더 강화해야 한다. 토빈세(단기성 외환거래에 부과하는 세금) 같은 장치도 필요하면 도입해야 한다.”

  -대선 당시 전경련 자진 해체를 주장했다.

 “요즘 전경련은 대기업 이익 집단으로 전락했다. 국민들이 유익한 단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진 해체하고, 우파의 싱크탱크로 전환하는 것이 낫다.”

이날 김 원장은 포럼에서 ‘희망과 화합의 경제-비전과 전략’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면 연 4%대 성장률을 회복하는 것은 물론 2022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 시대를 열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전망에서 2011~2015년에 3.5%, 2016~2020년에는 2.5%인 연평균 잠재성장률을 2011~2015년 4.3%, 2016~2020년 4.6%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가 제시한 3대 전략은 ▶일자리 창출형 균형 성장 추구 ▶지속가능한 상생경제 체제 구축 ▶경제위기 관리 역량 강화다. 그는 “소프트웨어·지식문화산업에서 중소기업 중심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대기업 중심의 제조업에도 긍정적 파급 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노력이 성공하면 (박근혜 당선인의 임기인) 2013~2017년에 연 57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현재 7% 수준인 15~29세 청년실업률을 5%로 낮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날 세미나 토론 내용이다.

◆함준호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한국은행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계속 낮아질 것이라고 하는데, 발표에서는 더 높아지는 걸 목표로 삼았다. 인구 고령화를 생각하면 잠재성장률 하락은 불가피할 것 같은데,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싶다. 또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젊은층 일자리 창출을 제시했다. 이걸 뒷받침하려면 양질의 노동력 공급을 위한 교육개혁이 중요하다고 본다. 어떻게 현재 교육체계를 바꿔서 지식집약적 산업을 만들 수 있겠나.

◆김광두 원장=지금 추세를 두면 잠재성장률은 당연히 낮아진다. 높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중소기업 생태계를 키우고, 공정거래 노력을 배가하면 중소기업 부문에서 투자를 늘릴 수 있다고 본다. 또 '정부 3.0 프로젝트'를 잘 가동해도 도움이 될 것이다. 어떤 부처에서 어떤 일을 하고,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다 공개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이렇게 하면 입법부와 사법부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 사회 전체가 투명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사회적 자본은 더 축적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 소프트웨어 투자도 늘려서 부가가치도 키워야 한다. 애플과 삼성의 휴대폰 수익률을 보면 애플이 훨씬 높다. 그 이유는 애플은 소프트웨어에 강하기 때문이다. 소프트파워를 강화하면 사회 전체의 생산성이 올라갈 수 있다는 얘기다. 문화콘텐트나 제조업 융복합 활성화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재우 BOA 박사=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소셜캐피털이 매우 중요하다. 정치적 선택을 떠나 일종의 사회운동이 돼야 한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새 정부 5년 임기 동안 제대로 된 씨앗만 뿌려도 성공이다. 결실은 10년 또는 20년 걸릴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잠재성장률에 관한 생각은 너무 낙관적인 것 같다. 대선 과정에서 지하경제 얘기도 나왔다. 현재 우리 사회의 지하경제 규모는 결코 작지 않은 것 같다. 서울 강남의 밤 풍경만 봐도 그렇다. 이걸 양성화해서 생산성을 올리는 게 중요한데, 이게 광의의 서비스산업 육성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나. 과거 정부에서도 서비스산업을 위해서는 규제완화가 중요하다고 했지만 실제로 잘 되지는 않았다. 결국은 경쟁이다. 우리나라 제조업 성공을 봐도 그렇다. 대기업이 국내보다는 글로벌시장에서 싸워서 이긴 것 아닌가. 서비스산업에 정부 지원도 필요하지만 경쟁체제를 더 도입해야 한다.

◆김광두 원장=소셜캐피털을 키우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박근혜 당선인 스타일로 볼 때 앞으로 5년간 신뢰사회는 상당히 구축될 것으로 본다. 정부 3.0 공약도 빨리 실행할 것이다. 지하경제는 경제적 측면에서는 세금 및 금융과 바로 맞닿아 있다. 현재 금융정보분석원과 국세청 간에 협조가 잘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다. 지하경제의 존속은 그 분야 공무원들과 관련 업체가 공생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행정개혁을 통해 부패 구조와 블랙마켓을 깨야 한다. 완전히 없앨 순 없겠지만 줄여 나가야 한다.

◆이정세 미소금융중앙재단 미소희망봉사단장= 현장에서 보니 좋은 일자리 만들기가 쉽지 않더라. 유럽을 보니 일자리 1개를 만들고 유지하는 비용이 엄청 나더라. 한국에서 일자리 1개를 창출하는 데 얼마나 드는지 궁금하다. 물건은 해외 내다 팔면서 왜 일자리는 국내에서만 찾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선진국이 아닌 개발도상국에서 한국인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 수는 없는지, 다시 말해 해외에 한국 청년이나 은퇴자를 위한 일자리를 만드는 방안을 찾아야 하지 않나 싶다.

◆박상용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장=경제시스템 운용과 관련, 요즘 '복잡계'를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세계화와 IT 때문에 상호연계성이 높아져서 한 군데에 문제가 생기면 급속도로 파급된다. 한마디로 복잡하다. 지난 20~30년간 각 경제주체의 부채 규모가 커져 충격이 오면 깨지기도 쉽다. highly complex, highly fragile이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뜻밖의 사건이 많이 일어날 것이고, 그게 파급돼서 개방경제인 우리에게도 충격도 많이 올 가능성이 있다.

◆이정조 리스크컨설팅코리아 사장=부동산 거래가 침체되면서 사회적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오늘 중앙일보 1면을 보면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일자리 6만개가 사라졌고, 74조원이 묶였다고 한다. 부동산은 심리변수가 경제변수보다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시장에만 맡겨서는 정상화되기 힘들다.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금융기관에 주택 임대사업권을 부여하면 어떨까. 금융기관이 부동산을 매입해서 임대하도록 하는 것이다.

MB 정부는 균형재정을 해왔다고 하지만 상당히 적자재정 아니냐. 그걸 국민들이 간접세로 부담했다. 대표적인 게 유류세다. 기름값이 오르면 유류세도 따라 올라간다. 정책 당국자들이 기름값 오르는 걸 즐긴 게 아니냐. 간접세를 줄이고 직접세를 늘려야 한다. 그래야 서민생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김영욱 중앙일보 논설위원= 앞으로 좋은 일자리를 연간 57만 개 만들겠다고 했는데, 지난 정권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MB정권은 300만개, 노무현 정부도 200만개를 약속했다. 그러나 다 실패했다. 좋은 일자리 뿐 아니라 나쁜 일자리까지 포함해서 지난 정부는 목표의 3분의 2밖에 못했다. 왜 실패했는지 그것부터 고민해야 하지 않나. 또 발표문에 나온 어젠다도 지난 정부와 별로 다른 게 없다. 서비스업 강화, 복지확충 전에도 다 있었다. 중소기업 문제도 지적하고 싶다. 박 당선인은 취임 일성으로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 중소기업 중에는 과보호 때문에 좀비기업도 많다. 중소기업을 살리려면 좀비 중소기업은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권영준 경희대 경영대 교수=앞으로는 테크노믹스보다는 폴리티컬 이코노미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당선인이 얘기한 사회통합은 그래서 중요하다. 민주화 이후 폴리티컬 이코노미로 문제를 해결한 대통령이 있었나. 새 정부 성공에서 가장 중요한 게 사회통합이다. 이걸 위해서는 박근혜를 지지하지 않은 48%의 마음을 얻어야 하고, 그 수단은 인사다. 그런데 첫 인사인 윤창중 대변인 경우를 보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경제민주화와 자본주의 4.0이 언급되면서 자본시장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가 화두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수수료 내리라는 식의 요구가 많다. 소비자를 위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그게 자본주의 4.0에서 자본시장 역할인가. 자본시장 플레이어로서 고민이 많다. 그들이 제 역할을 해야 시중의 모험자본이 중소기업에 공급돼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 국부를 어떻게 키우느냐도 관건이다.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부의 신규 창출은 쉽지 않다. 지금 갖고 있는 부를 어떻게 잘 지키고 키우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일본이 1980년대에서 90년대로 갈 때 1경엔의 가계 자산을 해외든 어디든 잘 투자했으면 일본 국민들의 가계수익률은 1%가 아니라 몇십%는 됐을 것이다. 그런 상품은 IB가 만들고, 자산운용사가 그걸 운용하는 곳이다. 새 정부에선 어떤 자본시장 육성 방안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김광두 원장=난 새 정부는 아니고 연구하는 사람이다. IB는 인력투자가 핵심이라고 보는데 증권회사들이 그걸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모르겠다. 업계는 별로 노력 안 하면서 정부에게만 요구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이렇게 할 테니 도와달라는 게 설득력 있다. 금융소비자 보호는 앞으로도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금융회사가 갑, 고객은 을이었다. 금융회사가 탐욕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금융소비자는 하소연할 곳도 마땅치 않다.

◆이주열 고문(사회)= 대선이 끝난 뒤 새 대통령이 성공하려면 할 수 있는 공약과 할 수 없는 공약부터 새로 정리하는 조언이 많이 나왔다. 권영준 교수는 사회통합을 위해서는 인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들 아시겠지만 대외여건을 보면 새 정부가 기쁨만 만끽할 상황은 아니다. 시작부터 무거운 짐을 메고 가야 한다. 그렇지만 다수 국민은 새 정부가 어려움을 극복할 것으로 기대한다. 국민의 삶을 잘 보듬어서 약속한 대로 국민행복시대를 열 수 있도록 성원하자.

포럼 참석자 (가나다 순)

강문성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부소장.곽영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권승화 Ernst&Young 대표 .권영준 경희대 교수 .김광기 중앙일보 경제연구소 부소장 .김광두 미래경영연구원 원장 .김광수 중앙일보 중앙종합연구원 원장 .김상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김영욱 중앙일보 논설위원.도철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박상용 연세대 교수 .박연우 중앙대 교수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심상복 중앙일보 경제연구소 소장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이인표 이화여대 교수 .이인호 서울대 교수 .이재우 Bank of America 박사 .이정세 미소금융재단 단장 .이정재 중앙일보 논설위원 .이정조 리스크컨설팅코리아 사장 .이주열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고문 .조성욱 서울대 교수 .조홍래 한국투자금융 전무 .최흥식 하나금융지주 사장 .함정식 여신금융협회 박사 .함준호 연세대 교수 .홍병기 중앙일보 경제연구소 부장 .황효상 외환은행 그룹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