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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박근혜 당선인을 뭐라고 부를지는 그 자신에게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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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집에 문제가 생겨 아파트 관리실에 연락했더니 나와 비슷한 연배의 직원이 와서 날 보고 사장님이란다. “저 사장님 아닌데요….” 마땅한 호칭이 없어 그렇게 부른 줄 알면서도 얼굴이 화끈거려 나도 모르게 정색을 했다. 동년배끼리 선생님이나 아저씨라고 하기도 뭣했을 것이다. 2인칭 호칭처럼 우리말에서 애매한 것도 없다. 매장에 가면 날 보고 “아버님, 아버님” 하며 접근하는 젊은 직원도 있다. 집사람은 사모님에서 부인, 어머님에 이모, 언니, 아줌마, 고객님까지 온갖 호칭을 다 들어봤다고 한다. 심지어 “여기요” “저기요”가 호칭을 대신하기도 한다.

 프랑스에서는 낯선 사람을 부를 때 그 사람이 남자면 ‘므시외(Monsieur)’, 여자면 ‘마담(Madame)’이라고 한다. 마담은 원래 기혼 여성에 대한 경칭이지만 요즘에는 미혼 여성에게도 많이 쓴다. 여성만 기혼과 미혼을 구분해 부르는 것은 성차별이란 것이다. 영어권에서는 남자는 보통 ‘서(sir)’, 여자는 ‘맴(ma’am)’이라고 부른다.

 대통령같이 최고위직에 있는 사람에 대한 호칭도 애매하긴 마찬가지다. 김영삼 대통령 때까지는 ‘대통령 각하’라는 깍듯한 존칭이 사용됐으나 김대중 대통령이 “권위주의적이어서 싫다”며 ‘대통령님’으로 불러줄 것을 요구하면서 자취를 감췄다. 사라진 줄 알았던 각하가 이명박 정부 들어 ‘가카’로 부활하기도 했지만, 사실 이 대통령은 ‘대통령님’에서 ‘님’자마저 빼달라고 했던 소탈한 분이다.

 대통령 없는 자리에서 대통령을 가리키는 3인칭 호칭은 천차만별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면전에서는 ‘각하’였지만 없는 자리에선 ‘박통’으로 통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노 대통령보다는 ‘노통’이나 ‘놈현’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MB는 있어도 ‘이통’은 없고, YS나 DJ는 있어도 ‘김통’이라고 불렀던 기억은 없는 걸 보면 어감도 무시할 순 없는 모양이다. 이통이나 김통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호칭을 대내적으로는 ‘대통령님’, 대외적으로는 ‘마담 프레지던트(Madame President)’로 부르기로 했다고 한다. 미혼이기 때문에 마담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지만 ‘마담 프레지던트’라고 하면 어느 언어권에서도 의전상 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아일랜드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었던 메리 로빈슨처럼 그냥 ‘프레지던트’라고 하는 방법도 있을 것 같다. 일부에서 ‘미즈(Ms) 프레지던트’를 추천하는 모양이지만 왠지 격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앞으로 우리끼리는 뭐라고 부를까. 박 대통령, 박통, 그네(님), GH, 마담 박, 박 마담, 미즈 박, 미스 박 등 별의별 호칭이 다 나올 것이다. 그중 어떤 것이 국민이 가장 좋아하고 즐겨 부르는 호칭이 될지는 그 스스로 하기에 달렸다.

글=배명복 기자
사진=김회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