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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부 부활, 규제 역효과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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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이학노
동국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차기 정부의 조직 개편에 관해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사라진 과학기술부나 해양수산부 부활 주장과 함께 정보통신부를 독립 부처로 떼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학계에선 정부 조직 개편이 부처 조직의 효율성, 국민 관점에서의 부처 기능, 세계적인 트렌드 등을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바탕으로 정보통신기술(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을 전담할 독립 부처 부활 주장에 대해 평가해 보고자 한다.

 첫째, 2000년도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새로운 경제(A New Economy)’라는 보고서를 통해 ICT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역할이 매우 크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문제는 이 보고서가 ICT의 역할과 정의를 명확히 내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독립 부처를 찬성하는 사람들 역시 ICT를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고, 관련 부처의 부활만 강조하는 상황이다. 부처의 부활이나 신설을 논하기에 앞서 ICT부터 명확히 정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둘째, 과거 ICT 독립 부처가 정말 효율적이었는지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하드웨어와 더불어 아이디어와 콘텐트가 풍성한 소프트웨어를 진흥해야 하지만 솔직히 필자 입장에선 과거 정보통신부가 이런 분야조차 제대로 역할을 했는지 확신하기 어렵다.

 ICT 관련 기능을 여러 부처로 나누면서 한국 ICT의 경쟁력에 문제가 생겼는지도 따져 봐야 한다. 일례로 최근 삼성과 애플이 치열한 특허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삼성이 타깃이 된 것은 엄밀히 말하면 정보통신 영역이어서라기보다는 이 회사가 만든 스마트폰 같은 주력 상품들의 글로벌시장 점유율이 높기 때문이다.

 셋째, 1965년 미국의 경제학자 맨큐 올슨은 『집단행동의 논리』라는 책에서 보호무역을 통해 이익을 얻는 소수의 그룹이 단결해 적극 로비에 나선다고 지적했다.

 반면 보호무역의 비용을 부담하는 대중은 각자가 지불하는 몫이 미미하다. 결국엔 소수 멤버가 결집한 그룹의 로비로 보호무역이 정책으로 채택된다는 것이다. 보호무역을 ICT 독립 부처로 바꿔 보면 별도 부처의 부활은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적극적인 소수의 논리가 아닐까 싶다.

 넷째, ICT 산업은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각국 정부는 창의와 발명을 뒷받침하려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잘나가는 나라치고 ICT 독립 부처를 둔 곳은 없다. 외려 독립 부처가 부활하면 ICT 산업을 부처 행정의 대상으로 습관처럼 규제의 칼을 꺼내 들 수 있다. 시장의 자유로움을 창달하기보다는 울타리 안에 가둬 두고 ‘컨트롤’하려 든다면 자칫 세계의 조류와 시장 흐름에 뒤처지는 결과만 낳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 ITC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관련 부처 정비 논의는 국민의 이익을 가장 우선하는 쪽으로 방향이 맞춰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특정집단에 휘둘려 논의의 진실이 왜곡되고 다수의 국민이 피해를 보는 상황을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이 학 노 동국대 경제통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