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경숙·이명숙 2인 음악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이 두 자매가 여성고음 2중창이라는 새로운 경지를 닦은 것은 4년 전이었으나 이번 음악회는 발표형식의 군소 가치를 널리 확산시킬 수 있는 발전적 가능성에의 자신을 더욱 굳게 했다. 고전에서 현대작품에 이르기까지 어느 곡에도 완전한 설계를 세워 갖고 함께 노래부르며 여기에다 공명된 「드라머·트루기」를 함께 엮어나가려 했다. 무엇보다도 섬세한 「인토네이션」과 확실한 발음을 같은 진동 속에 지녀가느라 모든 신경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뚜렷했고, 그러기에 분망한 즉흥성이 아쉽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겠지만 이러한 2중창의 소재나 형식은 정결하고 긴밀한 대화라 생각할 때 과장을 억누른 발상이 타당했다.
두 음질이 「소프라노·스핀토」라기보다 「레제로」에 가까운 듯 싶은데 중창하면서도 각기 자기의 음악적 지성을 충분히 제공했다. 지적으로 「콘트롤」된 절도 있는 창법이 끝까지 유지됐으나 곡별로 오는 다양한 정취가 어딘지 일관된 「뉘앙스」를 면치 못했다. 그것은 부를 곡이 희소하고 창자들이 2중창이라는 협합 작업에서 파탄이나 기교적 약점을 전무하게 부르려는데 주력하여 심정의 아름다움이나 친밀감을 제2의로 뒀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결과적으로는 구성주의적 지적노래가 된 것이며, 그것이 또한 작품의 특성이 되어진 것이다. 뭣 보다도 「모짜르트」의 「오페라·코지·판투테」의 2중창은 잘 결항된 경쾌한 극흥이 흥미로 왔고 「벨리니」의 「오페라·노르마」의 2중창도 벅찬 감정의 엇갈림을 느낄 수 있었다. 「브리튼」의 두곡은 인간 심상의 절실한 희구가 소박하게 전언되어 듣는 마음에 흐뭇한 심전을 남겼고 우리 가곡인 김규성의 「꽃」과 「후조」는 우리 생활 요소를 소중히 창작 조립한 선율로 단순한 「모자익」이 되지 않게 부른 창자들의 성실이 믿음직했다.
극히 소수로 한정된 「레퍼터리」때문에 앞으로 여러 가지 곤란이 따르겠지만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곳에서 한국 여류 성악계의 새로운 「타입」을 창조해갈 수 있는 것이다. 반주는 연륜이 얕았고 특히 현대곡에서는 배경을 독자적으로 묘사한 역설적인 조화도 기대해 봤으나 미진했다. 유한철 <음악 평론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