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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혈관질환 하이브리드 수술에서 파킨슨병 치료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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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성모병원 의료진이 뇌세포를 파괴하지 않고 뇌신경 질환을 치료하는 뇌심부자극술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 인천성모병원]

의료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한다. 해를 거듭하며 신기술이 쏟아지고 어제의 난치병이 오늘은 치료 가능한 질환이 된다. 중증질환으로 고통받는 가족에게 신기술은 새해 희망과 같다. 첨단기술은 중증·난치성 질환에 접목될 때 빛을 발한다. 의료발전은 단순한 치료를 넘어 질병에 대한 인류의 끊임없는 도전이기 때문이다. 사망위험이 큰 고난도 심장질환과 치료가 어려운 뇌신경 질환, 로봇수술 분야에서 첨단수술로 치료효과를 높이는 대표주자가 있다. 파킨슨병을 치료하고 중증 심장혈관질환에 하이브리드 수술을 접목시켜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인천성모병원이 그곳이다. 우리 가족의 건강을 책임질 인천성모병원을 소개한다.

 ◆심혈관센터, 수술과 스텐트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대 열어=막히고 좁아진 심혈관질환을 치료하는 데 하이브리드 수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심혈관질환은 암 다음으로 국내 사망원인 2위를 차지하는 중증 응급질환이다. 여기에 접목하는 하이브리드 수술은 외과수술과 내과시술을 결합시켜 합병증을 낮추고 치료효과는 높인다. 하이브리드 수술을 적용하는 대표 질환은 대동맥류다. 대동맥은 심장에서 뿜어나오는 혈액을 온몸에 공급하는 펌프다. 이런 대동맥이 여러 이유로 막히고 좁아지면 문제가 되는 혈관을 제거하고 인공혈관으로 대체하는 외과수술을 했다. 그러나 심장을 정지시켜 인공심폐기를 사용하고 가슴이나 복부를 30㎝ 이상 절개하므로 사망이나 합병증 위험이 크다. 폐질환이나 고혈압을 앓고 있는 환자나 고령자는 특히 위험하다.

 이에 내과 시술인 인조그물망(스텐트)을 사용하기도 한다. 스텐트 시술은 작은 절개창에 관을 삽입해 막힌 혈관을 찾아 스텐트를 집어넣어 혈액의 통로를 만들어 준다. 외과수술에 비해 위험도가 낮지만 동맥경화가 심하거나 복잡하게 꼬인 혈관은 치료가 어렵다.

 이 두 가지를 결합한 첨단술기가 하이브리드 수술이다. 너무 꼬여 스텐트를 넣기 힘든 혈관부위는 수술로 우회로를 만들어주고, 나머지 혈관에 스텐트를 삽입한다. 기존에는 수술이나 스텐트 중 한 가지만을 선택해 치료를 했다. 인천성모병원 윤정섭 교수(흉부외과)는 “문제가 있는 혈관 전체를 외과 수술로만 치료하는 게 아니므로 합병증 발생이 반 이하로 줄고 입원기간도 기존 7일에서 3~4일로 단축된다”고 말했다.

 ◆파킨슨·사경증·간질, 뇌세포 죽이지 않는 ‘뇌심부자극술’로 잡는다=뇌세포를 파괴하지 않고 파킨슨이나 간질 등을 치료하는 뇌심부자극술은 뇌신경계의 첨단수술이다. 뇌신경에 미세한 이상이 지속되면 사람의 몸은 의지와 다르게 비정상적인 운동이상을 일으킨다. 대표적인 질환이 파킨슨병이나 수전증, 안면경련증, 목이 한쪽으로 돌아가는 사경증, 뇌성마비 등이다. 기존에는 이를 치료하기 위해 고주파 열치료기를 사용해 이상반응을 일으키는 뇌세포를 사멸시켰다. 그러나 이런 뇌 손상은 자칫 신체의 다른 기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뇌심부자극술은 뇌세포를 파괴하지 않는 보존적 치료다. 초소형 의료기기를 뇌에 삽입한 후 뇌의 특정세포에 전기자극을 준다. 인천성모병원 허륭 교수(신경외과)는 “문제가 생기거나 더 발전한 치료방법이 나왔을 때 이식했던 기기를 제거하면 되므로 환자에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손끝 감각 떨어지는 로봇수술, 내시경으로 보완=최첨단으로 불리는 로봇수술도 진화한다. 로봇수술은 피부에 5~8㎜ 크기의 절개창 3개를 내 로봇팔을 삽입하고 의사가 원격으로 수술한다. 출혈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 그러나 수술 시 의사가 촉각이나 쥐는 힘을 느낄 수 없어 시야 밖의 장기가 손상될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인천성모병원 로봇수술센터에서는 로봇수술에 내시경을 접목시켰다. 대상질환은 한쪽 횡경막의 일부가 비정상적으로 올라가 있는 횡경막거상증이다. 횡경막의 근육이 약하거나 한쪽 횡경막 신경이 마비 된 경우 발생한다. 증세가 심하면 호흡곤란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런 횡경막거상증은 한쪽으로 올라가 있는 부분을 끌어내려 제 위치에 가게 한 뒤 봉합한다. 이때 로봇수술의 시야는 제한적이다. 바늘이 어디까지 들어가는 지, 다른 장기를 찌르는 지 알 수 없다. 이에 작은 절개창을 하나 더 내어 내시경을 삽입하고 시야를 확보했다. 인천성모병원 정진용 교수(흉부외과)는 “로봇수술의 단점을 보완하고 보다 정확한 치료가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진용 교수의 이번 수술법은 국제학회지에 게재될 예정이다.

이민영 기자

협진·중개연구가 첨단수술 경쟁력

박문서 행정부원장

인천성모병원이 첨단수술을 선도할 수 있었던 건 탄탄한 협진을 바탕으로 한 진료역량에 있다. 박문서 행정부원장(신부·예방의학박사)은 “환자를 중심으로 여러 진료과가 협진하는 통합진료는 가장 이상적인 진료방법”이라며 “인천성모병원이 뇌신경분야와 심혈관 분야, 복강경 수술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인천성모병원 뇌신경센터에서는 신경외과와 신경과, 재활의학과 전문의가 뇌 질환을 주축으로 한 통합의료 클러스터를 구축했다. 뇌신경센터에서는 뇌혈관질환에서 뇌종양, 파킨슨병까지 뇌에 관한 모든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심혈관센터에서도 외과적 시술과 내과적 시술을 병합하는 하이브리드 수술을 위해 흉부외과와 심혈관내과 전문의가 팀을 이뤄 협진한다. 환자의 사례를 분석하고 가장 적합한 수술법을 논의한 후 한 수술방에 함께 들어간다. 규모가 큰 대형 대학병원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건 이 같은 탄탄한 진료시스템과 첨단시설, 중증질환 치료실적이 삼박자를 갖춘 덕분이다.

 연구역량 분야도 기틀을 다져가고 있다. 병원 내 동서중개의학연구소에서는 미국의 하버드대와 일본의 동경임상의학종합연구소 등 외국의 유수 기관과 협력관계를 맺으며 다양한 연구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기초의학과 임상의학, 보건의료산업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중개연구를 진행 중이다.

 박문서 행정부원장은 “지난 57년간 축적 된 임상지식을 기반으로 세계적 수준의 연구 기반 병원을 만들겠다”며 “신뢰받는 지역중심의 의료기관에서 나아가 글로벌 의료기관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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