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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배구장에 스님 세 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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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1일 삭발 투혼을 보인 삼성화재의 고희진(왼쪽)·여오현(왼쪽 둘째)과 외국인 레오. [대전=뉴시스]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이 맞붙은 1일 대전충무체육관. 새해 첫날 열린 라이벌전을 보기 위해 입석 포함, 4859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양팀 선수들이 입장하는 순간, 관중석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삼성화재 주장 고희진(33)과 리베로 여오현(35)이 삭발을 하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외국인 선수 레오까지 합세해 삼성화재는 3명이나 ‘스님’과 같은 머리를 하고 몸을 풀었다.

 여오현은 삭발의 이유를 묻자 “1년에 한 번은 머리를 짧게 한다”고 했고, 고희진은 “별 뜻 없이 (머리카락을) 잘랐다”고 답했다. 그러나 팀 내 고참 선수인 둘의 삭발은 지난해 12월 29일 LIG손해보험전에서 0-3으로 완패한 팀 분위기를 일신해 보자는 의도로 보였다. 이들의 삭발은 레오가 도와줬다. 자신이 갖고 있는 기계로 둘의 머리카락을 사정없이 밀어버렸다.

 고참들의 삭발 투혼은 승리로 이어졌다. 삼성화재는 현대캐피탈을 3-0(25-15, 25-21, 25-20)으로 꺾고 승점 35점으로 전반기를 1위로 마감했다. 박철우와 레오는 44점을 합작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고참들도 뒤지지 않았다. 여오현은 여러 차례 몸을 날리는 디그로 상대 공격을 받아냈고, 고희진은 3세트 11-10에서 상대 주포 가스파리니의 공격을 블로킹하며 승기를 잡는 데 일조했다.

 경기 후 고희진은 어색한 듯 머리를 연신 만지면서도 “나와 (여)오현형의 삭발을 보고 후배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어 “3라운드에서 2패를 당한 건 우리 책임이니까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4라운드에서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여자부에서는 도로공사가 인삼공사를 3-2로 꺾고 2연승을 달렸다.

유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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