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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어젠다 2~3개 책임질 ‘전담총리’ 둬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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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호 06면

28일 중앙SUNDAY 뉴스룸에서 만난 정종섭 서울대 교수(왼쪽)와 함성득 고려대 교수. 최정동 기자

정종섭 교수=김용준 위원장은 원칙·법치를 강조한 상징적 인선이다. 따라서 분과위원회는 기능적으로 상당히 강화될 것으로 본다. 분과위에는 박근혜 정부의 가치를 공유하는 인사를 배치해야 할 것이다. 인수위에서 비전을 명확하게 설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 대담-박근혜 정부 성공하려면

정종섭(55)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차기 한국헌법학회장. 새누리당 공직자후보추천위원회 부위원장 역임. 저서 『헌법과 정치제도』 『헌법 연구』 『헌법학 원론』

함성득 교수=실무를 강조한 안정형 인수위다. 선대위 출신 중심으로 꾸려 연속성을 유지했다. 대선 공신과 TK(대구·경북) 출신을 배제한 것은 대통합 여론을 반영했다고 본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건 이번에도 업무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인수위가 출범했다는 거다. 시설 마련은 한 달 전에 끝났어야 한다. 급하게 준비하면 길지도 않은 시간에 일을 잘할 수 없다. 5년마다 반복되는 일이다. 누가 당선되든 인수위 사무실은 어디로, 당선인 사무실은 어디로 한다는 식으로 정해 준비하면 된다.

정종섭=인수위 규모도 미리 정할 수 있다. 이번엔 100여 명 수준으로 한다는데, 인위적인 결정이다. 대통령직 인수에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과 규모는 경험을 통해 어느 정도 알고 있지 않나. 특별위원회야 바뀔 수 있지만 인수위 규모를 늘리고 줄이고 할 건 아니다.

함성득=당선인이 ‘나는 과거 정부와 다르다’며 늘리고 줄일 필요가 없다. 인수위 필요 인원은 250명 내외다. 규모·명칭에 신경 쓰기보단 실질을 중시하는 인수위가 돼야 한다.

함성득(49)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한국대통령학회장. 국회헌법연구자문위원회 간사위원 역임. 저서『대통령학』 『한국의 대통령과 권력』 『대통령 당선자의 성공과 실패』(출간 예정)

정종섭=100명 규모로 인수위를 꾸린다는데, 우려스럽다. 대통령직 인수를 너무 쉽게 보는 것 아닌가. 자칫 위기를 부를 수 있다. 자문위원도 많은 게 좋다. 새 정부에 애정을 갖는 우호세력을 만드는 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은 특히 첨예한 대결구조 아래서 펼쳐지지 않았나.

함성득=대통령 임기조항도 문제다. 대통령의 임기는 2월 24일 밤 12시에 끝난다. 따라서 25일 0시부터 취임식 직전까지 법적으로는 새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지위를 갖지만 사실상으로는 퇴임하는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지위를 보유하는 모순이 생긴다. 그렇다고 취임 하루 전에 청와대를 비워주면 대통령의 권한행사 및 행정지휘권 공백의 문제가 드러난다.

정종섭=대통령의 임기 개시 시점을 취임선서 시점에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인수위 사무실 선거 한 달 전에 마련돼야
함성득=노무현·이명박 인수위는 극과 극이었다. 노 대통령은 인수위를 통해 정권 인수에서 내각 인선까지 모든 걸 하려 했다. 이 대통령은 인수위에선 인수업무만 하라는 거였다. 내각 인선은 다른 여러 곳에서 했다. 박근혜 당선인은 두 모델 사이에서 고심하는 듯하다.

정종섭=우리는 인수위를 기능이 아니라 권력으로 보는 시선에 익숙해 있다. 언론도 인수위에 들어가는 인물이 실세라고 한다. 잘못된 것이다. 인수위 역할은 현 정부 상태가 어떤지 면밀히 확인한 뒤, 집권 기간에 어디까지 일할 수 있는지 파악하고 향후 5년의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대단히 실무적이고 전문적이다. 권력이 아니라 기능으로 봐야 한다.

함성득=노무현·이명박 정부 인수위의 가장 큰 문제는 너무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일을 하려 했다는 것이다. 선거에 이긴 오만함과 자신감에 도취됐기 때문이다. 그래선 안 된다. 대통령의 성공은 당선에서 취임까지 70여 일 동안 얼마나 준비를 잘했느냐에 달려 있다. 이 기간에 할 수 있는 일을 정하고, 이를 이끌 조직·인원을 마련하면 된다.

정종섭=인수위는 위기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해야 할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고, 할 수 없는 건 빨리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

함성득=인수위와 내각의 관계성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대통령 취임 후 내각 중심 운영을 할 수 있다. 우리 정치는 대통령 중심의 비서실 정치가 문제다. 비서실 정치는 인수위에서 시작된다. 타파 방법도 인수위에서 찾아야 한다. 관계성을 높이면 내각 중심으로 가는 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정종섭=인수위원과 내각 구성이 일치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각에서 중요한 일을 할 사람이 인수위에 들어가는 게 좋다. 박근혜 정부가 해야 할 중요한 일들이 있지 않나. 연결성이 중요하다.

함성득=인수위가 대표성·통합성만 강조하면 일은 누가 하나. 당선인과 비전을 공유하는 사람이 일을 하게 하고, 그 사람이 장관이 돼야 한다. 그게 효율적이다. 대통령은 임기 5년간 자신의 주축 세력이 있어야 한다. 자신을 도왔던 사람들이 적으로 돌아서는 게 가장 무섭다.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뿐 아니라 지지했던 세력을 계속 끌어안는 게 중요하다.

정종섭=경제위기가 심각하다. 국제정치 상황도 만만치 않다. 잘못하면 5년 내내 허우적거릴 수 있다. 이번 대선에서 표를 얻기 위해 여러 이익집단에 약속한 게 상당히 많다. 그걸 다 챙기면 나라가 잘못될 수 있다. 일부는 실행하고, 일부는 포기하다 보면 지지세력이 떨어져 나갈 수 있다. 정치적 갈등도 여전하다. 통합을 앞세운다고 반대세력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그걸 어떻게 돌파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함성득=대통령 비서실장은 매우 중요한 자리다. 대통령과 함께 내각 인선, 청와대 인수를 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인수는 실질적으로 비서실장과 총무비서관이 한다. 비서실장이 임명돼야 총무비서관도 결정된다. 박근혜 당선인의 경우 15년 의정생활 동안 여야 관계에 있어 주요 정책에 대한 협상 및 타협 능력이 부족했다. 그렇기에 정치·관료 경험이 풍부한 인물을 비서실장으로 빨리 뽑는 게 필요하다. 또 (이명박 정부에서) 정치적으로 임명된 기관장은 자진 사퇴하는 게 도
의상 바람직하다.

정종섭=당선인이 2인자 또는 실세를 용납 않는다는 것이 팩트인지는 모르겠다. 사실이라면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실세가 누구냐를 따지는 데 익숙하다. 그것 때문에 국정이 왜곡되는 부분이 있다. 이른바 실세가 있으면 대통령의 장악력이 떨어진다. 대통령이 장관에게 책임과 권한을 줘서 내각 중심으로 이끌어 나갈 것이라면 2인자, 실세가 있으면 안 된다.

함성득=대통령을 보호하고 막아줄 2인자, 실세가 있어야 한다. 문제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2인자는 권한만 있고 책임을 지지 않는 숨은 인물이었다는 거다. 그런 실세는 안 된다. 김영삼 정부의 김현철, 김대중 정부의 권노갑, 노무현 정부의 이광재, 이명박 정부의 이상득 같은 경우다. 박근혜 정부의 실세는 권한·책임을 함께 갖는 총리·장관·비서실장이 돼야 한다.

책임 안 지는 숨은 실세 안 돼
정종섭=박근혜 당선인은 철통·보안인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양면성이 있다. 검증이 제대로 됐다는 전제 아래 보안인사는 맞다고 본다. 공론에 부쳐 사람을 검증하는 건 굉장히 어렵다. 자리를 놓고 인사청탁이 벌어지고 본질에서 벗어나 학연·지연 같은 시비가 계속될 수 있다. 인사권자가 자기 책임 아래 인사하고 잘못되면 책임지는 게 맞다.

함성득=인수위원장·부위원장 등은 노출시키는 게 좋다. 박근혜식 깜짝 인사는 장점이 있지만 인재 풀이 좁아지는 문제가 있다. 미국에선 후보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는 순간 인수팀이 구성된다. 당선 땐 인사검증을 거친 인물이 3배수로 갖춰져 있다. 그 안에서 고르기만 하면 된다. 우리도 그런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이명박 정부 땐 인사존안자료가 없어 중앙일보의 조인스 인물정보, 연합뉴스 등을 통해 사람을 찾았다고 한다. 제대로 된 검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함성득=논공행상, 낙하산 인사에 대한 비난이 있는데, 논공행상 없이 어떻게 정치를 하나. 대통령이 5년간 일하는데, 자기와 손발이 맞는 사람을 데리고 와야 하지 않겠나. 공직은 정치적 충성과 전문성의 조화다. 기획재정부 장관에겐 상당한 전문성이 필요하지만 자유총연맹 총재 같은 자리에 전문성이 얼마나 필요하겠나. 자리 배합, 옵티멀 포인트(최적점)를 찾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국정운영을 예술이라 하는 것이다.

정종섭=대선 공신 중에 능력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정부에 참여할 능력이 없으면 정치적 의미가 있는 곳에 적절한 자리를 줄 수 있다. 그걸 모두 낙하산 인사라고 비난하는 건 조직 이기주의다. 예를 들어 공기업에 변화를 시도하려면 새 사람이 필요하다.

함성득=낙하산 인사 없이 정부 관료가, 공기업의 기존 임직원이 모든 자리를 차지하면 그게 좋은 것인가. 그렇지 않다. 낙하산이 필요한 자리가 있다. 정치적인 낙하산 인사는 종종 민의를 반영하고 대통령의 뜻을 관철하게 한다.

정종섭=국무총리가 실질적인 국무위원 제청권을 행사하도록 하겠다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 국민이 선택해 대통령을 뽑았는데 같이 일할 사람을 총리가 정한다는 건 맞지 않다. 국무위원을 정하는 것은 대통령이다. 헌법상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국회 동의를 받아 임명한 공무원이다. 국무총리는 대통령과 각을 세워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 하면 안 된다.

함성득=책임총리보다는 전담총리가 필요하다. 총리가 중요한 국가 어젠다 가운데 일자리 창출, 동반성장 등 두세 개를 맡아 대통령의 업무부담을 줄여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앨 고어 부통령에게 정보화·행정개혁을 완전히 넘겼다. 고어가 최종결정자였다. 그게 전담총리다. 그만큼 대통령의 업무부담이 줄어든다.

정종섭=책임총리, 실질총리라 해도 결국 책임은 대통령이 져야 한다. 총리 역할은 국정의 핵심적인 문제들을 실무적으로 판단해 내치를 꾸려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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