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정책 못 따라가는 현실 … 전문 강사·공간 부족부터 해결해야

중앙일보

입력 2012.12.26 03:15

업데이트 2012.12.26 03:15

지면보기

02면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7월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개정안’을 발표해 올해 2학기부터 모든 중학생은 1개 이상 학교 스포츠클럽에 가입, 운동을 하도록 했다. 청소년들의 건강한 신체 발달과 함께 인성을 함양하고 학교폭력을 예방, 게임중독이나 일탈행위 문제를 해결하려는 취지다. 하지만 운동을 할 공간과 전문강사 부족, 스포츠 프로그램 미숙 등 문제점도 적지 않다. 현재 스포츠클럽 의무화를 시행 중인 우리나라 학교 현장의 실태와 외국의 우수 사례를 살펴보자.

박정식·심영주 기자

선유중학교 여학생들이 킨볼을 하고 있다. 캐나다에서 시작된 킨볼은 팀원들 간 협동·배려심을 기를 수 있는 스포츠다. [장진영 기자]

“뒤에~” “잡아” “아이고 잘한다”.

 매서운 초겨울 추위에 어깨가 절로 움츠러들던 지난달 20일 오후 3시30분. 서울 선유중학교 체육관은 왁자지껄한 소리와 함께 후끈한 열기가 가득하다. 여학생 14명이 한데 어울려 농구와 유사한 ‘넷볼(netball)’을 하면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방과 후 스포츠클럽활동 현장이다. 7명씩 두 팀으로 나뉜 학생들은 서로 공을 주고 받으며 득점을 하기 위해 부지런히 뛰어다닌다. 넷볼은 농구처럼 양쪽 골대에 공을 넣어 득점을 하는 방식은 같지만 포지션별로 지정된 구역에서 경기를 하고 공을 가진 사람에게 수비가 90cm 내로 접근할 수 없는 등 덜 격렬하다. 덕분에 여학생도 쉽게 즐길 수 있다.

 체육관을 수차례 오가며 경기를 하기 때문에 체력소모가 크지만 아이들의 얼굴은 밝다. 고현지(2학년)양은 “내성적이고 소심하던 성격이 운동을 한 후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변했다”며 “간혹 친구와 말다툼을 하더라도 운동을 하면서 풀게 되는 등 확실히 체력과 대인관계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운동을 하면서 활력을 찾은 고양은 방과 후 넷볼 활동과 더불어 매주 이틀은 아침 7시30분부턴 약 1시간 동안 ‘킨볼(kin ball)’이란 클럽활동도 하고 있다. 커다란 공으로 4명씩 3개조가 경기하는 이 스포츠는 동료 간 협동심을 기를 수 있는 운동이다.

 지난 2007년부터 스포츠클럽을 활성화하고 있는 선유중에선 전체 학생의 약 36%인 261명이 7개 종목에서 땀 흘리고 있다. 스포츠클럽을 운영하는 학교들끼리 경기를 펼치는 ‘학교스포츠클럽 리그’에도 적극 참여한다. 학생들의 클럽활동 만족도는 고양처럼 대체로 높은 편이다. 교사들 역시 학생들의 긍정적인 변화에 만족하고 있다. 김종우 선유중 체육교사는 “운동을 하면서 아이들의 성격이 한결 밝아지고 능동적이 됐다”며 “수업태도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효과로 전국적으로도 매년 스포츠클럽에 참여하는 학생의 비율이 늘고 있다. 교과부의 2011년 조사를 보면 2009년 27.4%, 2010년 37.6%, 2011년 45.0%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교과부는 방과 후, 혹은 토요일에 진행했던 스포츠클럽 활동을 확대해 올해 2학기부터는 모든 중학생이 1개 이상의 학교 스포츠클럽 활동을 하도록 의무화했다. 청소년기 체육활동을 더욱 권장하고 비참여 학생들에게도 운동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축구나 농구·야구·테니스 등 다양한 종목 중 고를 수 있다. 하지만 정책을 제대로 시행하기엔 학교 현장은 매우 열악하다.

국어 교사가 그냥 놀라고 하는 경우도 있어

특히 공간과 전문강사의 부족이 가장 심각하다. 운동장과 체육관만으론 수백 명이 넘는 아이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학교에선 좁은 공간에서도 할 수 있는 줄넘기나 방송댄스, 탁구 같은 특정 종목만 시행하고 있다. 이마저 공간이 부족해 주차장 같은 자투리 장소까지 사용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전문강사의 부족이다. 단순한 운동기능 전달이 아닌 ‘체육교육’이기 때문에 교육자의 자질을 갖춘 전문강사가 필요하지만 현실은 ‘강사난’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 9월 교과부의 조사 결과 전국 중학교 중 스포츠 강사가 배치된 학교는 2138곳으로 67.6%에 불과했다. 중학생 A(14·서울시 도봉구)양은 “스포츠클럽활동 시간에 국어 선생님이 공 하나 주고 놀라고 해서 그냥 앉아 있는 아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더욱이 배치된 스포츠 강사마저 교육자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경우도 있다는 지적이 교사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인천의 한 중학교 교사 B(40)씨는 “간혹 초빙된 강사가 아이들 앞에서 욕을 하거나 윽박지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며 “단순한 신체활동이 아니라 아이들의 인성과 생활지도도 함께 고려하는 수업이 될 수 있도록 지도자 교육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체육 정책 필요

이미 오래 전부터 학교체육의 중요성을 인지한 해외 선진국들은 다양하고 체계적인 정책으로 학생들의 운동을 돕고 있다.

 ‘0교시 체육수업’의 신화로 유명한 미국 일리노이주의 네이퍼빌 센트럴 고등학교는 ‘진정한 체육수업’으로 주목 받았다. 2005년부터 수업시작 전 체육을 하는 이 학교는 개개인의 특성을 존중한다. 예를 들어 1.6㎞ 달리기를 했을 때 8분30초, 9분, 12분을 기록한 아이 모두 최고점을 받을 수 있다. 달린 뒤 심장 박동수를 검사해 모두 자신의 최대심장박동수치의 80~90%를 넘었을 경우다. 이는 자신의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운동화를 신은 뇌』의 저자 존 레이티 하버드대 교수는 “이렇듯 센트럴 고등학교는 아이들이 운동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진정한 체육교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독일의 경우 학교스포츠뿐 아니라 온 국민의 생활스포츠가 정착한 나라다. 1970년부터 ‘골든 플랜’이란 장기정책으로 달리기, 수영 등 기초운동을 장려하고 체육시설을 곳곳에 지어 생활스포츠를 확산시켰다. 그 결과 독일 인구의 3명 중 1명은 스포츠클럽 활동을 하고 있다. 청소년들도 ‘학교스포츠는 좋은 학교를 만든다’는 슬로건 아래 7만5776개의 학교 스포츠클럽을 활성화했다. 특히 독일은 부족한 학교 체육시설 문제를 주변 시설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실제로 독일 라이스홀츠에 위치한 한 고등학교는 학교 운동장이 없지만 시가 소유한 다목적 체육관을 마음껏 이용하고 트랙과 잔디가 깔려 있는 시립운동장을 이용해 수업을 한다.

 국민체력센터 선상규 원장은 “미래인력인 고등학생들의 운동부족은 비만을 비롯한 성인병, 척추측만증, 발육부족 등을 유발시켜 국가적으로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성인까지 연결되는 장기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이 같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내년부턴 정책을 개선해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학교 시설을 최대한 확충하면서 동시에 학교 주변 체육시설과 연계해 아이들이 운동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강사 부족 현상 역시 체육전공 대학생이나 스포츠 강사 등을 한꺼번에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