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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의 똑똑 클래식] 모차르트 ‘마술피리’와 삼국유사 ‘만파식적’ 비교해볼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1면

김근식
음악카페 더클래식 대표

1985년 말에 개봉돼 클래식을 소재로 한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좋은 흥행실적을 거뒀던 영화 ‘아마데우스’는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남우주연상 등 8개 부문을 휩쓸었다. 영화에서는 모차르트가 오페라 ‘마술피리’를 초연하던 중 쓰러져 죽는 것으로 묘사됐지만 이는 극적인 전개를 위한 가공일 뿐 실제로는 초연 후 2달 후에 사망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여기서 극중 마술피리는 누가 가지고 있으며 어떤 위력을 지니고 있을까. 착각하기 쉬운 함정은 극중 새잡이로 나오는 파파게노가 무대에 등장해 유명한 아리아 ‘나는야 새잡이’를 부르는 도중에 플루트 반주를 배경으로 불어대는 팬파이프 소리를 듣고 그것이 마술피리로 알기 쉬운데 이는 아니다. 밤의 여왕의 딸인 타미나의 초상화를 보고 한 눈에 반한 왕자 타미노에게 시녀들이 마술피리를 줬고 파파게노에게는 마법의 벨을 주는데 이 물건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마법을 발휘하게 된다. 제일 먼저 마술을 발휘하는 물건은 파파게노의 마법 벨이다. 제1막 후반에서 타미노와 함께 파미나를 찾아 돌진하는 그들을 총으로 가로막는 노예들에 둘러싸여 위기에 닥친 순간 마법의 벨을 울리자 노예들은 멈춰 서서 춤 추고 노래한다. 그렇다면 파미노에게 줬던 마술피리는 어떤 마술을 발휘할까. 타미나를 찾아나선 타미노가 신전의 세 관문을 통과하면서 마술피리를 불자 파파게노가 그 소리를 듣고 팬파이프로 화답하며 나타났다는 것과 우스꽝스러운 숲속의 맹수들이 마술피리 소리에 재롱을 피운다는 정도다.

여기서 잠깐. 신라시대 신문왕때 왕이 행차하려는 순간 대나무가 하나로 합쳐져 천지가 진동하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어디선가 홀연히 용이 나타나 검은 옥대를 왕에게 바쳤다. 바다의 용이 된 문무왕과 천신이 된 김유신 장군이 왕에게 내리는 큰 보물이란다. 이에 왕이 대나무에 대해 물으니 용이 대답하기를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대나무도 합쳐졌을 때 소리가 나는 법, 이것은 왕이 소리의 이치로써 천하를 다스리게 될 좋은 징조라며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어 불면 천하가 태평해질 것이라 했다. 이후 대나무 피리를 불면 적군이 물러나고 질병이 없어지며 비바람을 다스리는 효험이 있었다고 한다. 삼국유사에 기록된 ‘만파식적(萬波息笛)’에 관한 이야기인데 가히 이 정도는 돼야 마술피리라 칭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법의 힘이 미약한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는 전세계적으로 만파식적보다 더 많이 알려져 있다는 점에서 오페라 애호가들에게는 영원한 마술로 남아 있다.

김근식 음악카페 더클래식 대표 http://cafe.daum.net/theClas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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